[안과 밖]'분수경제,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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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분수경제, 왜 필요한가'

  • 승인 2011-07-20 14:13
  • 신문게재 2011-07-21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 최충식 논설위원
▲ 최충식 논설위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지만 대권가도엔 하한(夏閑) 정국이 따로 없다. 잠정 대선주자들의 충청권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정세균 최고위원은 19일 대전 풀뿌리시민센터에서 '분수경제, 왜 필요한가'라는 토론회를 열었다.(20일자 4면) 대선 행보의 싱크탱크인 '국민시대'의 닻을 올린 그는 '분수경제론'으로 확실히 방향키를 잡았다.

대전을 찾은 정 최고위원은 “(분수처럼)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분수경제”를 설파했다. 내수-투자-생산의 선순환 구조를 먼저 중소기업, 서민, 중산층에서 찾자는 이 경제론에서는 윗물이 흘러야 아랫물도 흐른다는 말은 진리가 아니었다. 부자가 잘 번 돈이 저소득층에 흘러가고 경기가 부양된다는 낙수경제와는 상이한 개념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분수효과가 정 최고위원의 오리지널 처방은 아니다. 위에서 계속 퍼부으면 넘쳐흘러 바닥을 적시는 낙수효과, 바닥에서 솟구치게 하는 분수효과는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의 패션 변화에 대한 가설에서 따왔다. 그렇다고 급조된 분수경제라는 뜻은 아니다. 이전에도 그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 공약을 “질 나쁜 낙수경제”라며 이슈 선점을 시도했었다.

낙수효과가 성장 우선론, 분수효과가 분배 우선론에 치우친다고 보면 정 최고위원은 분배 우선론자다. 부(富)가 평등하게 분배돼야 전체 구성원의 행복이 는다는 공리주의자 제러미 벤덤을 얼핏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이 까닭에 행복은 양적으로 측정된다는 벤덤의 행복론처럼 돼지의 행복론에 불과하다고 비판받을 여지도 있다. 낙수효과=질 나쁜 경제, 분수효과=질 좋은 경제라는 두 상충하는 등식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거의 환상에 가까운 얘기다.

건국 이래 우리 경제정책은 낙수 효과 또는 적하 효과, 하방 침투효과 위주였다. 마태복음의 빈익빈 부익부는 현실에 나타났다. 성장을 주도하는 대기업의 호황이 가계 수입 증가로 잘 이어지지 않았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무릇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마태복음 13장 12절)는 언명이 실현됐다. 재산 증식 능력이 있는 부자가 먹어치우는 승자독식,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빈자는 더욱 가난해지는 마태효과를 억누르려면 밑에서 올라가는 보텀업(Bottom up)도 필요하다.

대전에 온 정 최고위원이 사회 양극화를 정부 책임으로 보는 밑바탕에는 물론 정치적인 계산이 짙게 깔려 있다. 이 같은 담론이 지금껏 주류경제 행세를 한 낙수경제에 대한 전면 부정이거나 선택의 강요는 아니라고 본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토론회 축사에 덧붙인 “성장제일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 정도로 이해하고 싶다. 국민소득(GNP)과 국민행복지수(GNH·Gross National Happiness)는 일치하지 않더라도, 20대 80의 법칙이 10대 90, 5대 95의 법칙으로 모습을 바꾸기 전에 '낙수'와 '분수'를 보완적으로 조절하고 배합할 필요는 있겠다.

다 같이 잘 살기, 이는 '좌클릭', '우클릭'을 초월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주인 배가 더 불러야 아랫것들도 배 부른다는 논리, 중소기업과 서민과 중산층 중심이라며 시장경제를 새빨간 거짓말로 내모는 태도는 사리에 맞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라고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을 잘 믿지 않는다. 소득이 늘수록 새 기준이 생겨 만족하지 못하는 쾌락의 쳇바퀴 효과도 모른다. 아래로 떨어지든 위로 솟구치든 그저 흠뻑 젖어봤으면(좀 잘 살아봤으면) 하는 바람이 워낙 강하다. 정 최고위원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자칭 타칭의 여야 다른 후보들도 그럴 것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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