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폭염 등 이상기후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기상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뜨겁다. 지구온난화 등의 변수에 이제는 기상을 알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런 가운데 기상캐스터 출신으로 기상청장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WMO(세계기상기구) 집행이사로 선출된 조석준 신임 기상청장<사진>의 역할이 국가를 뛰어넘어 세계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기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조석준 기상청장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공군 기상장교와 방송국 기상캐스터를 거쳐 기상청장으로 취임한 지 5개월이 지났다. 당시 경험들이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데 소감을 말씀해준다면.
▲1973년에 기상학과에 입학해서 날씨와 인연을 맺은지 38년이 됐다. 1977년에 졸업한 뒤 공군 기상장교 생활을 했고 1981년 국내 첫 기상전문기자로 방송국에 입사해 기상청 출입을 한 뒤 30년만에 기상청장 자리에 올라 감회가 남다르다. 사실 기상청은 1948년 이후 63년 된 조직이다.
그동안 선배 기상인들의 노력으로 기상 선진국이 됐다. 벌써 기상 위성도 세계에서 7번째로 가지고 있으며 슈퍼컴퓨터 운영능력을 20년 동안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또 기상관측선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에는 기상관측에 대한 부분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기상청은 예보만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발생시 기상청이 이를 알리는 역할을 했으며 백두산 화산과 관련해서도 남·북민간 회담에 힘을 불어넣고 있기도 하다. 기존의 역대 기상청장들이 생산, 관리, 연구를 충분히 해놓았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국민과 소통을 하고 외국에 대한 기술원조도 할 생각이다. 또 국정에도 기상 정보 등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조석준 기상청장 |
-대전의 경우, 얼마전 과학비즈니스벨트에 선정되면서 지역민들이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과학과 기상과의 연계성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준다면.
▲기상도 일종의 과학이다. 요즘들어 항상 기상을 얘기할 때면 생명을 살리는 기술 또는 과학이라고 한다. 일본의 경우, 일기예보를 가족 다음으로 신뢰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번 지진 피해로 2만8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일본 국민의 경우, 이번에 100만명 이상 인명피해가 있었을 것을 기상당국이 막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도 1931년 양자강 홍수로 비공식적으로 370만명이 죽었다. 그러나 지금은 몇천명 수준으로 막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상은 인명피해를 줄이는,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생명과학이라고 볼 수가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대전에 조성되면서 기상에 대한 이같은 연구가 다른 분야와 결합되면 융합상품이 많이 나온다. 기상청의 경우,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 세계에서는 기후변화 때문에 곳곳에서 문제가 생기고 에너지 체계의 개편, 생태계가 변하면서 농작물, 어군 분포가 달라지는 데 이런 분야는 기상과 다른 과학이 연계가 돼야 답이 나온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만드는 데 슈퍼컴을 이용하고 다른 분야의 과학 성과물과 연계하면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기상청이 당연히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가 있다. 태양열이라든지 풍력 등 기상자원도 다른 과학분야와 연계되면 인류가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기상기구의 집행이사로 선출됐는데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6차 세계기상기구 총회에서 4년 임기의 집행이사로 선출돼 어깨가 무겁다. WMO 집행이사회는 예산과 각종 사업을 총괄 조정하는 집행기구로 세계 기상정책을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당선은 개인적인 영광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보여준 기상기술 수준과 국제협력의 결과이자 종합적인 기상외교의 결실이라는 점을 먼저 말해주고 싶다. 이미 기상청은 그동안 여러 나라와 양자간 국제협력을 맺고 주요 국제회의 및 훈련워크숍을 개최하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을 상대로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쳐왔다.
2000년대 이후 꾸준하게 개도국을 지원함으로써 명실공히 기상기술 공여국으로서의 이미지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던 점이 집행이사라는 결과로 돌아온 것 같다. 국제적인 원조에 우리나라 역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데 이런 상황속에서 기상산업을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
흔히 국가 치안부문을 경찰과 보안업계가 맡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기상관련 업무도 기상청과 기상산업이 함께 어우러져야 국민들의 애로점을 이해하고 편익을 증진시킬 수가 있다. 기상 산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기상외교까지 하기 때문에 일석삼조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국민들이 우리나라의 예보능력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의 예보능력 현주소는.
▲한마디로 예보 능력은 세계 7~10위권이다. 지난 35년 동안 일본 기상위성자료를 사용해 왔는데 지난해 천리안 기상위성을 띄워서 본격 사용하고 있고 그 효과가 좋다. 지난번 제5호 태풍 메아리가 발생했을 때 효과를 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예보능력은 세계 7위권 내로 진입할 것이다.
-폭우나 태풍, 폭설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해 재난사태가 일어났을 때 일반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상청의 대처 방안은.
▲기상정보는 생산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빨리, 필요로 하는 곳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에서 말하면 기상정보의 유통과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디어와 IT가 발달했기 때문에 기존에 라디오 같은 재난 방송이외에도, 요즘 뉴미디어인 SNS나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맞춤형 재해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아울러 차량안에 있는 내비게이션에도 기상자료를 얹어서 같이 보는 웨비게이션을 개발해서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요즘은 폭염에 의한 피해가 크다. 그래서 노약자와 영유아 보호를 위해 SMS 등을 이용한 특보 전파를 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큰 축제를 열게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바로 그 축제인데 동계올림픽의 경우, 기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그동안 기상청은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을 적극 지원해왔다. IOC 실사단 방문시 IPTV를 활용한 맞춤형 기상정보 제공, 활강스키 예정지인 정선 중봉의 AWS(자동기상관측장치) 설치 지원 및 기후분석자료 제공 등 동계스포츠에 최적인 평창의 기상 조건을 널리 홍보하고 지원한 바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확정과 함께 기상청은 평창동계올림픽기상지원단을 구성했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상세한 맞춤형 기상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기상청이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경기장별 특성에 맞는 기상예보서비스 제공을 비롯해 특별기상지원센터 운영, 선수단과 관광객의 안전을 위한 스마트폰 기상정보서비스 개발, 항공, 건설, 에너지 등 관련 산업의 특화된 기상정보 응용 콘텐츠 개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기상청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차세대 기상서비스 비전의 바람직한 모델을 구현해 나갈 것이다.
-지역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역민들의 관심이 높다. 지역민들에게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지역에서 떠난지가 38년 정도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역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에 큰 꿈을 꿨던 부분들이 주변의 성원과 관심 속에서 실현됐다. 항상 본인이 일을 할 때에는 조상이나 고향에 대한 의식을 안할 수가 없다. 그런 부분이 한편으로 격려가 되고 다른 한편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주기도 한다.
최근의 경험을 보면, 5년 전만 해도 잔에 물이 남아있을 때 반밖에 없다고 생각하다가 요즘에는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상의 일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고방식 때문에 새로운 역할이 생기며 좋은 성과를 얻게 됐다. 이러한 모든 부분이 고향이 가지고 있는 인정이나 인심, 유연성 등에서 비롯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항상 고향사람들에 대해 마음을 열고 있다.
● 조석준 기상청장은
1954년 공주 출생으로 대전고와 서울대 자연대학 대기학과를 나와 1977년 공군기상장교를 복무했다. 이후 1981년 한국방송공사에 기상전문기자로 입사한 뒤 기상캐스터로 활약했다. 또 1999년 웨더뉴스채널 부사장을 역임한 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기후경영센터장, (사)한국기상협회장, 사울과학종합대학원 지속경영교육원장 등 기상학계의 대표인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재미있는 날씨이야기'를 비롯해 '기상경제 기온 1도의 변화를 읽는다', '일상생활의 기상학' 등이 있다.
/대담=최상수 이사 /정리=이경태·사진= 이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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