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둔치에 조성된 잔디밭은 파여 있고, 자전거 도로는 심하게 훼손돼 있다. |
기자가 19일 중구 태평동~유천동~복수동을 도보로 유등천을 따라 이동해보니 수마가 할퀴고 간 하천의 모습은 상처 투성이였다. 태평교와 유등교 등 다리 밑에는 더위를 피해 나온 시민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지만, 생태하천으로 아름답게 가꿨던 유등천 곳곳이 파이고, 깎이고, 뽑히고, 떠내려가 볼품없어 보였다.
수침교 천변 호안블록 위에 덮였던 흙과 자갈은 물론 풀을 식재해놨던 흔적은 자취를 감췄다. 흙은 다 떠내려가 돌덩이만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폭우시 훼손된 모습 그대로였다.
생태하천 조성사업 이전 일부의 우려대로 폭우시 불어난 물의 유속을 견디지 못하고 흙과 풀이 떠내려가 저수호안은 허연 호안블록을 드러내고 있었다. 유등천이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하기 전인 원래의 모습대로 되돌아간 것이다.
천변을 따라 상류로 이동해봤다. 장마철 떠내려온 듯한 나뭇가지, 갈대, 생활쓰레기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외에도 둔치에 아름답게 조성됐던 잔디 곳곳이 파였고 일부 자전거 전용도로도 곳곳이 훼손됐으며 축구 골대는 쓰러진 채 나뒹굴고 있었다.
복수동을 지나자 천변에 심어져 있던 나무들이 뽑히고 바닥을 향해 누워 있는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시민 휴식공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유등천 생태하천조성사업 감리단 관계자는 “지난 봄 저수호안에 친환경적으로 풀을 식재했지만 풀이 활착하기 전 폭우로 유실된 구간이 발생했다”며 “풀이 활착되기까지는 23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토목 전문가는 “하천 저수호안에 흙을 쌓고 풀을 식재하는 것은 집중호우시 유실 문제점에 노출된다”며 “하천에는 폭우에 대비 안전하고 튼튼한 시설물을 설치해야 한다. 눈에 보이기 위한 행정은 국가의 재원만 낭비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일부 유실된 구간이 있지만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재시공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유등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은 1, 2구간으로 나눠 오는 2013년 3월 준공예정이다.
/조성수 기자 joseo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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