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환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
마지막으로 3명이 '무리'져 한 곳을 응시하자 양 쪽에서 넘나드는 사람들 모두가 '무슨 일이 있나'하는 관심을 나타내며 3명이 바라보는 지점을 쳐다본다. 3명을 중심으로 더 많은 다수가 결합하는 '집단'이 나타나는 순간이다.
얼마전 교육방송에서 방영한 일종의 인간심리 탐구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장면이다. 한 사람의 행위는 개인적,독립적인 수준에 머물지만 여러사람, 특히 3명이 동일한 행위를 할때는 다수 집단이 동조하는 경향을 나타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긍정적' 집단의식, 혹은 군중심리 등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얘기는 '열차를 미는 사람들'이다. 2003년 10월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승객 한 명이 발을 헛디뎌 때마침 진입하던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에 몸이 끼여 고통을 겪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119 구조대를 부르라고 소리치고 있을 때 한 사람이 외쳤다.
“열차를 밀어봅시다!”
그 사람은 두 손으로 힘껏 열차를 밀어댔지만 33t이나 되는 열차는 당연히 꿈쩍하지도 않았다.
순간 두 번째 사람이 열차에 손을 대고 세 번째 사람이 열차를 밀겠다고 달려들자 이제부터는 너나 할 것이 없이 수십명의 승객들이 구호에 맞춰 열차를 밀어댔다. “하나,둘, 셋! 밀어!”
마침내 육중한 열차가 기적처럼 미는 방향으로 들려지면서 공간이 생기자 2명의 청년이 열차에 끼인 사람을 꺼낼 수 있었다.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이러한 사례는 2005년 10월 17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천호역에서도 재연됐다. 당시 현장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은 국내는 물론이고 외신을 타고 세계로 전해져 큰 감동을 줬을뿐만 아니라 '영웅',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광고에 등장하기도 했다.
긍정적 군중심리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모방'과 '동조' 심리를 알아보는 실험하나를 더 소개한다. 유치원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는 놀이방에 있는 풍선인형을 두들겨 패는 비디오를 보게했고, 다른 그룹에는 그 인형을 아끼고 쓰다듬는 영상을 보여주고 해당 놀이방에 들여보낸 뒤 아이들이 인형을 어떻게 다루는지 반응을 살폈다. 서로 다른 영상을 본 두 그룹이 어떤 행위를 '모방'하고 '동조'했는지는 독자들의 짐작대로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인용한 것은 최근 국민들을 놀라게하고 가슴아프게했던 해병대 총기사고의 배경에는 부정적 집단의식과 동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집단따돌림(왕따)은 부정적 집단의식이다.
기수열외와 작업열외의 부작용과 폐해, 급기야 이번 참극까지 초래한 '나쁜 전통'임을 알면서도 해병대 지휘부 입장에서는 '효율'과 '경쟁'의 자극제가 돼 군기확립과 총량에 있어 전투력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안이한 타성에 젖어 온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한다.
군대라는 특수상황을 감안해 지휘계통과 명령체계가 일사불란해야하고 총기류를 다루다 보니 이른바 '군기'라고 하는 엄격함이 기본문화라 이해해도 잘못된 집단의식과 전통으로 생때같은 외아들을 졸지에 가슴에 묻게하고 평생 죄인이 된 가해자 병사의 부모와 가족들의 참담함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동료애는 느닷없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전투력은 전쟁터에서 급조되는 것이 아니다. 군생활의 긴장감과 통솔에 필요한 군기, 자극과 동기부여도 합리적인 수준과 변화된 시대, 달라진 병사들에 맞춰져야 한다. 일부 언론이 이번 사건의 가해자 조차도 해병대의 과도한 전통과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묵인해왔던 병영문화의 '피해자'라며 '5명의 희생자'라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3명이 모여 다른 사람을 왕따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 집단의식으로 발휘돼야 세계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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