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한]꿀벌들의 침묵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권두한]꿀벌들의 침묵

[사이언스칼럼]권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 승인 2011-07-18 14:04
  • 신문게재 2011-07-19 21면
  • 권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권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 권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 권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해마다 봄이면 남쪽부터 꽃들의 향연이 시작된다. 올해도 매화축제, 진달래축제, 벚꽃축제 등 많은 꽃 축제가 열렸고, 많은 사람들이 꽃의 향기에 취한다. 기나긴 겨울을 무사히 이겨낸 벌들도 꽃의 향기를 쫓아서 활동을 시작한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는 다른 점이 있다. 활짝 핀 매화꽃이나 벚꽃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찍을 때 주위를 맴돌던 꿀벌들의 모습이 부쩍 줄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소리까지 녹음되는 영상카메라였다면 꿀벌들의 윙윙거리는 소리도 예전과는 다르게 아주 작게 들리고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꿀벌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친구로서 달콤한 꿀을 맛보게 해주고 또한 벌집을 이루는 성분의 하나인 프로폴리스는 사람들의 질병예방이나 치료에 이용되어 왔다.

또한 각종 농산물의 수분(受粉)을 도와 다음 세대로 이을 수 있는 씨앗과 과실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지금도 전 세계 주요 100대 농산물의 70%가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꿀벌이 농산물의 수분에 기여하는 가치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생태계 보전에 미치는 영향까지 생각한다면 그 가치는 수십조~수백 조원에 이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꿀벌들이 사라지고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식량부족으로 전 세계의 대다수가 기아에 허덕이게 될 것이며, 인류 자체도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 타이완, 뉴질랜드 등에서는 몇 년 전부터 꿀벌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였으며, 영국과 네덜란드에서도 꿀벌의 수가 8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또한 작년부터 남쪽지방에서 꿀벌들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올해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꿀벌들의 개체수가 감소하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다. 바이러스에 꿀벌 애벌레가 감염되면 낭충봉아부패병이 유발하여 성충이 되지 못하고 죽게 된다.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는 크게 중국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와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로 나눌 수 있다.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는 주로 양봉을, 중국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는 토종벌을 주로 감염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벌이 꽃가루나 꿀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꽃에 바이러스를 묻히게 되고 이 꽃에 다른 벌이 접촉하게 되면 벌의 몸에 바이러스를 묻혀서 벌통 안으로 바이러스를 옮기게 된다. 어른 벌이 애벌레에게 꽃가루나 꿀을 먹여주는 과정에서 애벌레에 바이러스가 전염되고 애벌레에 들어간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증식하여 결국 애벌레가 죽게 된다. 현재 중국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아시아에 만연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까지 중국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지 않아 앞으로 이들 국가에서는 벌들의 생존과 심지어 토종벌의 멸종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살아온 꿀벌이 없어진다면 과일을 비롯해 벌의 수분(受粉)에 의존하는 농작물은 거의 수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온 산야에 피어있는 각종 꽃이나 나무들까지도 수분(受粉))이 되지 않아 점차 사라질 것이다. 꿀벌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파급피해는 올해 축산농가에 큰 피해를 입혔던 구제역의 피해규모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꿀벌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벌들의 사라짐은 이 땅에서 함께 살아온 모든 생명체의 생존과 연계된 위기다.

따라서 바이러스로부터 이들 꿀벌을 되살리기 위한 기술개발의 시급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 늦기 전에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물질을 찾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람과 꽃, 자연의 친구인 꿀벌들이 애벌레에서 건강한 어른 벌이 되어 꿀을 찾아 윙윙거리는 날갯짓 소리가 다시금 힘차게 들리게 되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과 자연에 유익함을 주는 꿀벌, 부지런함의 상징인 꿀벌의 역할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4.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5.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1.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