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삼 대전시 경제정책과 주무관 |
그러나 우리 공직문화는 변화해야 한다. 그럼, 왜 변할 수밖에 없고, 변화해야만 하는가?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이유를 달고 싶다.
첫째는 우리 공조직 주변의 판이 변하고 있다. 여기서 판이라고 하는 것은 세상이다. 우리를 둘러싼 주변 세상은 엄청난 변화와 곡절을 겪어 가면서 바뀌고 있다. 기술의 발달과 시대의 변화에 적절히 적응하면서 나름대로 생각과 행동, 그리고 실천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공무원 조직이 발전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변화인 것이다. 이것이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둘째는 공무원 자존심의 문제다. 우리 공무원을 두고 좋지 않은 말들이 참 많다. '복지부동' '현실안주'… 그래도 여기까지는 들어줄 만 하다. 그러나 엎드려 눈만 끔벅끔벅하는 '복지안동(伏地眼動)', 누구도 빼앗아 갈수 없는'철밥통'… 이라는 별칭까지 붙여질 때면 심장이 벌렁벌렁, 살이 부들부들 떨리지 않는가. 우리는 이런 공무원의 달갑지 않은 닉네임을 언제까지 달고 갈 것인가. 집에 아이와 함께 신문이나 TV에서 이런 말들이 튀어나올 때면 울화통이 터지고 환장할 일이지 않는가. 이것이 변해야만 하는 이유다.
그리고, 변화는 자기 자신이 주도해야 한다. 누가 하라고 해서, 시키니까 하는 식의 변화는 진정한 변화가 아니다. 껍데기뿐인 형식에 지나지 않고, 고생만 하고 아무 효과도 없는 '도로아미타불'이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진정한 변화의 동인은 자기 자신이지 타인이 아닌 것이고, 변화는 자기 주도적 에너지인 이유에서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다섯 배 큰 애착과 실행의지를 보인다고 한다.
변화에 나의 가장 가까운 적(敵)은 '나'이고, 나의 가장 가까운 존재도 '나'인 까닭에서 우리 공무원 자신의 잠든 거인을 깨워 '존경받는 공무원' '가치있는 공직생활'로 이끌어 가기 위해 조금씩 작은 것부터 바꾸어 나가자. 흔히 사람만큼 변화하기 어려운 것이 없다고 하지만 사람만큼 변화하기 쉬운 존재도 없다는 인식에서 말이다.
우리는 흔히 잘못된 관행, 구태의연한 관습을 들추다 보면 “할아버지, 아버지 때도 탈없이 지내온 문제를 하필 지금에 와서 시비를 거느냐”는 식이다. 어떤 경우에는 집단적으로 관습의 최면에 빠져들기도 한다. 우리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서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고 만다. 새가 새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껍데기를 깨뜨리고 밖으로 나와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껍데기를 깨는 아픔이 두렵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공무원은 변할 수밖에 없고, 변해야 한다. 내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공무원 문화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보자.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과 구태를 과감히 깨트려 보자.
아울러, 우리 공무원이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신도 행복하지 않은 데, 남을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우리 공무원 행복의 조건은 뭘까.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지만 “사람은 느끼는 대로 생각하고,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말하는 대로 행동하는 삶을 살 때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한다. 즉, 순수로의 회귀(Return to Innocence)인 듯싶다. 이런 점에서 우리 공직문화는 가장 취약하지 않나 생각되는 데, 반갑게도 이번 염 시장의 '작지만 소중한 변화'에서 이 부문에 대한 시도가 있음을 읽을 수 있어 기쁘다. 그러니, 이를 모티브로 공무원 소통의 문화가 꽃필 수 있고, 우리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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