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지난해 7월 서남표 총장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을 때 임명된 보직 교수들로 주대준 대외부총장만 남고 나머지는 보직을 그만두거나 바꿨다.
카이스트 일각에선 보직 1년여 만에 부총장급 2명이 사임을 한 것을 두고 '지난 4월 사태(연이은 학생 자살 사태)'의 축소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는 달리, 서 총장 취임 1기였던 2006년에 임명된 보직 교수들의 경우, 서총장 임기 만료 전인 작년 7월까지 임기 중간에 사퇴한 적이 없었다.
양 전 부총장은 지난 15일 전체 교수들에게 전자메일을 통해 “개인적으로 최근 몇 달간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저의 보직 계속 수행 여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며 “관련하여 깊이 생각해 본 결과 저는 이 시점에서 선현들이 이야기한 대지지지(大智知止·멈추는 때를 아는 것이 큰 지혜)의 정신으로 제가 연구부총장직과 KI연구원장직(겸임직)을 사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사퇴의 변을 전했다.
그는 이어 “연구부총장직을 떠나 이제 몇 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저는 교수본연의 업무로 복귀하여 학자로서 교수생활을 마무리하고 한다”며 “이창희연구처장도 본인의 원에 따라 금일 연구처장직을 함께 사퇴하게 됐다”고 알렸다.
연이은 보직 교수들의 사임을 놓고 내부 교수들 사이에선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카이스트의 A 교수는 “서 총장이 미국가기 전에 다녔던 서울사대부고 출신들이 서총장 임기 1기(2006~2010) 주요 보직을 맡았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며 “최 전부총장과 양 부총장은 서 총장 측근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람들로 보직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수들 사이에선 양 전 부총장이 말한 고사 성어 '대지지지(大智知止)'에서 의미하는 '멈춤(止)의 주체'가 누구를 지칭한 것인가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돌고 있다.
B 교수는 “멈춤이 단지 양 부총장 자신이 보직을 그만 둔 것을 의미하기 보다는 학생 자살 사태를 불러온 학교 관계자들의 사퇴를 에둘러 표현한게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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