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선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충남지사장 |
예전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주로 부동산경기의 변화에 대응해 주택담보대출 관련 감독규제를 어떻게 조정할 것이냐가 주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가계부채의 잠재위험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연 전문배우가 어느새 주연급 배우로 변신한 것이다. 정부는 6월 29일 가계부채에 대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5% 수준인 은행들의 고정금리ㆍ비거치식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5년 내에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소득 증빙을 의무화해 금융기관이 차입자의 채무상환능력을 확인하도록 하는 한편 기존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이 고정금리부 대출로 전환되도록 유도하겠다는 내용에 주목하게 된다.
30%의 목표비중을 설정한 것은 금융정책당국 입장에서 변동금리 또는 비분할상환 위주의 쏠림현상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위험을 적극 방어하고자 작심하고 내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고정금리, 비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이 어느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변동금리 비중이 90% 이상이고 대출원금의 분할상환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비중이 20%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시장의 과도한 쏠림현상을 완화하겠다는 정책의지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다.
앞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한다고 했을 때 적어도 주택담보대출 이용자의 30%는 금리변동이라는 외부충격으로부터 절연시킴으로써 주택담보대출시장의 안정성을 제고시켜 나가겠다는 의도다. 금융회사들이나 소비자들이 대출상품을 취급하거나 이용하면서 쏠림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주택담보대출시장이 형성된다면 이같은 정책목표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는 인식에 따라 정부에서 30%의 목표비중을 이례적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우리 금융감독당국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대출규제를 운용하면서 적용 방식, 범위 및 조정시점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해 온 것 이상으로 목표비중이라는 정책도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소득세제 개선, 대출심사 관행 개선, 고정금리·비거치식 주택담보대출 취급 금융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고정금리 전환 유도 등의 조치를 넘어 일관성 있는 정책기조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국내의 주택금융통계는 주로 은행권 등 금융권역별로 보유잔액을 기준으로 금리유형별 비중 등이 관리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보유잔액은 물론이고 금융회사가 취급한 후 주택금융공사 등을 통해 유동화시킨 대출잔액도 포함시켜 각종 통계가 공시되고 목표비중도 이를 반영해 관리될 필요가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이 금융회사들이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자금조달원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은행에서 취급 후 MBS 발행의 기초자산이 된 주택담보대출도 목표비중 관리에 있어서 포함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특정 금융회사 보유자산 중에서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어느 수준인가보다는 금융회사의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금리유형과 상환 조건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들은 이번 종합대책에 따른 대출이용상의 변화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데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들의 반응이 더욱 중요하다. 정부의 종합대책이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기존 이용자들이 대다수라면 정부의 정책도 추진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신의 소득수준에 맞도록 기존 부채를 가능한 한 조정하고 장기·고정금리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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