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칠 대전·충남 민예총 사무처장 |
장마가 지루하게 이어진다. 끝날 때가 되었건만 오늘도 빗속이다. 우요일(?) 비 오시는 날은 부침개하고 막걸리가 생각나는지 술추렴 자리의 동석을 요구하는 전화가 계속 울려댄다. 예의 지역문화를 붙들고 있는 광대들이다. 예전보다 좀 더 횟수가 잦아졌다. 대흥동으로 이사 온 이후에 부쩍 늘어난 현상이다.
대흥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한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우선은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니 만나기도 쉽고, 또 사람들이 모이기 쉽다는 이점과 더불어 당장 사무실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도 작용했다. 거기다가 원도심의 공동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작지만 우리라도 입주해 공동화를 막는 데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우리 말고도 마당극단 '좋다'하고 '우금치'가 비슷한 시기에 대흥동에 둥지를 틀었다. 대흥동에 먼저 자리를 틀고 앉은 예술인들이 반겨 맞이한다.
대흥동에 와서 보니 참 좋다. 퇴근길에 오다가다 만나기도 하고 공연장이나 갤러리 말고도 주점이나 찻집에서 마주치기도 하면서 서로 안부에 대해서도 묻기도 한다. 서로 살아가는 모습에 힘을 북돋운다. 다 동네 이웃이다. 요즘 너도나도 얘기하는 '소통'의 순간들이다. 골목길 모퉁이 돌아서서 맨 얼굴로 만나고, 향기 좋은 차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소통 말이다. 그것이 되면서 비로소 소위 말하는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리라. 광대들 네트워크는 이렇게 시작하는 게 자연스럽다.
대흥동 거리를 걷다 보면 익숙한 연극, 음악회, 전시회,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와 현수막이 항상 붙어 있다.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원도심의 모습을 대전시민들도 느끼고 있음이 여기저기 감지된다. 그동안 문화예술인들의 노력이 적게나마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부족하지만 지자체의 노력도 여기에 힘을 보탠 것도 사실이다.
원도심으로 불리는 대흥동일대가 문화공간의 확대와 더불어 그를 채울 수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들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일반 시민들도 찾아오면서 지역이 조금씩 활성화 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있어 안타깝다. 최근 대흥동 주민센터(동사무소)가 중구문화원으로 이전해달라고 중구청에 건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황망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원도심의 문화공간으로서 자리 매김하고 있는 중구문화원에 주민센터가 입주하게 되면 원도심 활성화에 역행하는 것일 뿐더러 문화예술계의 활동공간을 위축 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상위 지자체에서는 심사숙고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처한 현실을 어렵게 타개해 나가면서 지역문화의 화두를 붙들고 매진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을 격려는 못할망정 쪽박을 깨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대흥동에는 희망이 있다. 많은 작은 광대들이 대전 시민들과 함께 꿈을 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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