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인트 블랭크 |
이야기는 배배 꼬여있고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주인공 사무엘이 살해당할 뻔한 환자를 구해주었더니 환자가 킬러란다. 아내가 납치되고 납치범은 환자를 빼내오라고 요구한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경찰은 더 믿을 수 없는, 위험한 조직이다.
관계를 파악하느라 골치 썩일 필요 없다. 아니 그럴 겨를조차 없다. 정신없이 몰아치고 폭풍처럼 질주하는 이 추격 액션은 한눈팔 틈을 주지 않는다.
기교도 부리지 않고 폼도 잡지 않는다. 평범한 사내의 싸움이 꽉 짜인 액션 구도로 폼을 잡는다면 그게 비현실적이다. 본능에 가까운 ‘막싸움’이야말로 이 영화의 본질이다. 쓸데없는 곳에 신경쓰는 일도 없다. 오로지 직선으로 달려간다. 한 번에 하나씩 전개되는 사건의 연쇄위에서 상황에 딱 어울리는 장면으로 인물들도 관객도 고민 없이 내달리도록 만든다.
제목 ‘포인트 블랭크’는 ‘아주 가까이에서 바로 대고 쏜’이란 뜻이다. ‘단도직입적으로’라는 뜻도 있다. 아내를 구해야 하는 사무엘, 경찰의 음모를 알고 있는 킬러 위고. 목적은 다르지만 타깃은 같은 두 사람의 질주가 단도직입적이다. 망설임이 없다.
속도감 넘치는 영상과 박진감 가득한 액션으로 단순 명쾌한 추격 액션의 쾌감을 살려낸다. 영리하고 시원하다. 연기파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이야기에 무게를 싣는다. 사무엘 역의 질 를르슈는 평범한 사내가 절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변해가는 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킬러 위고 역은 ‘영광의 날들’로 2006년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로쉬디 잼이다. 부패 경찰 패트릭을 연기한 제라르 랑방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장르영화는 기본적인 것만 잘 해도 충분히 즐겁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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