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브리지트 바르도와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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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난순]브리지트 바르도와 김여진

  • 승인 2011-07-14 14:19
  • 신문게재 2011-07-15 21면
  • 우난순 교열팀장우난순 교열팀장
▲ 우난순 교열팀장
▲ 우난순 교열팀장
브리지트 바르도와 김여진. 이 두사람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볼때 선뜻 공통분모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둘 다 배우임에는 틀림없으나 바르도는 오래전에 은퇴해서 지금은 황혼기의 삶을 살고 있다. 여배우로서 대중에게 어필하는 점도 너무 다르다. 바르도는 당대의 섹시 아이콘이었고, 김여진은 전형적인 여배우의 틀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연기는 잘하지만 배우로서 결코 미인형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 근래 여러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김여진도 그렇고 한여름 복날이 되면 보신탕을 즐기는 우리로서는 브리지트 바르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바르도와 김여진은 자신의 신념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사회적인 발언으로 이슈가 되는 여자들이다. 바르도는 동물의 고통에 대해, 김여진은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함께 하고 있다. 그들의 발언과 행동이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비틀즈도 경배해 마지않았던 브리지트 바르도가 누군가. 시몬느 드 보봐르는 관능미로 한 시대를 풍미한 바르도에게 있어서 욕망과 쾌락은 관습이라든가 어떤 도덕률보다도 훨씬 설득력이 있다고 옹호했다. 육감적인 몸매와 순진함으로 남자들을 몸살나게 했던 바르도가 언제부턴가 우리의 개고기 문화에 대해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 등도 개고기를 애용하건만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시비를 건다. 음식은 혀의 미각과 위장의 만족을 추구하고 한 개인에게 기억의 촉매제이며, 전통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음식은 오랫동안 환경에 의해 축적된 습관이자 유전자에 각인된 기억의 저장고인 것이다.

문화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아마존 부족 원주민들이 애벌레를 먹는 자신들을 백인들이 조롱하자 그것을 먹는다는 걸 부인한다는 것을 알았다. 레비스트로스는 원주민이 보는 앞에서 꼬물거리는 애벌레를 먹었다. 이것은 상대방에게 공감을 표시하는 몸짓이다. “우리가 안먹으니까 너희들도 개고기 먹으면 안돼”라는 바르도의 주장은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못하는 편견이다. 옳고 그름이라는 잣대로 음식문화를 평가하는 건 그거야말로 옳지 않다.

“야만인” 운운하는 바르도의 거친 표현이 우리를 화나게 하지만 개고기를 먹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볼수 있는 계기도 됐다. 예전에 시골에선 개를 나무에 매달아 놓고 몽둥이로 때려서 죽였다. 그래야만 고기의 육질이 쫀득하고 맛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선사시대 인류는 동물의 도살은 친족중 하나를 도살하는 행위로 여겼으므로 조심스럽게 했다고 한다. 그는 동물의 가축화와 목축업이 도입되면서 태곳적의 순수하고 엄격한 도살행위가 종말을 고했다고 분석했다.

예나 지금이나 빼어난 미모와 연기 잘하는 여배우는 대중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카트린느 드되브, 김지미, 전도연 등 그들이 갖고있는 특별한 재능은 보통사람들에겐 별과 같은 존재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에 관심있는 배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 김여진이 화두다. 이른바 '소셜테이너'로서 김여진은 대중과 공감하는 방식을 제대로 알고 있는 영리한 배우다. 국민들은 사회지도층의 권력다툼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좌우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비정규직, 양극화 등 사회문제에 목청을 높이는 연예인들의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 김여진은 해고노동자 문제가 지나치게 기업입장에서 처리되는 상황에서 '한진중공업' 사태를 이슈화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친년' 소리까지 해대는 반대파들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온갖 악담과 인신공격을 여유있게 받아넘기는 김여진은 타인과 사회를 모른 척하고는 행복할수 없다고 말한다. 유명세를 위해 쇼를 한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안젤리나 졸리도 수백억원 호화주택에 살면서 빈민층을 돕자고 하는건 모순이라고 비판받는다. 하지만 그녀로 인해 아프리카 빈민아동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않았나.

김여진의 보폭이 넓어지는 걸 보며 우리사회의 진보의 성격을 규명해 주는 '사건'을 계속 터트려주길 국민들은 바랄 것이다.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남자경험 없는 순진한 대학원생에서 드라마 '이산'에서 단호한 정순왕후로의 역할변신이 요즘 김여진의 행보와 오버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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