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부 |
줄거리-그린고트 은행 지하금고에서 볼드모트의 영혼이 담긴 호크룩스를 파괴한 해리와 존, 헤르미온느는 또 다른 호크룩스를 찾아 호그와트로 돌아온다. 볼드모트도 호크룩스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호그와트로 온다. 마법전쟁의 막이 오른다.
'해리 포터' 시리즈, 그 대단원의 장이 열렸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부'는 호그와트 구성원과 불사조 기사단 연합군 대 '죽음을 먹는 자'들의 전투, 해리 포터와 볼드모트의 생사를 건 싸움이 펼쳐진다. 요정 도비의 무덤 앞에 무릎 꿇은 해리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초장부터 어둡고 비장하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그린고트' 은행의 지하금고 탈출극으로 아드레날린을 끌어올린 영화는 호그와트로 무대를 옮겨 '마법전쟁'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책을 잃은 관객이라면 이 와중에 스네이프 교수가 목숨을 잃는다는 걸 안다.
볼드모트에게 붙잡힌 해리도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다는 것도 안다. 돌아온 해리가 “아바다 케다브라”(살인주문)를 외치는 볼드모트에게 “엑스펠리아르무스”(지팡이를 빼앗는 주문)로 볼드모트를 물리친다는 것도 안다. 게다가 줄거리와 결말을 알고 있다고 해도 영화를 감상하는 데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1편 '마법사의 돌'에서 7편 '죽음의 성물-1부'에 이르기까지 줄거리를 알면서 영화를 보았다.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해 읽는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원성엔 자유로울 순 없지만 적어도 영화는 관객을 실망시키진 않았다. 8편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죽음의 성물-2부'는 완결 편답게 모든 걸 쏟아 붓는다. 더욱이 3D다. 죽음을 먹는 자들의 주문은 광선이 되어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고풍스럽던 호그와트는 산산이 부서진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뛰어놀던 푸른 언덕은 화염에 휩싸이고 해리가 입학식을 가졌던 대 연회장엔 시체들이 즐비하다. 하늘을 나는 용들은 울부짖고 거대한 거미를 비롯한 크리처들은 좌충우돌 날뛴다.
용을 비롯한 크리처들의 비행, 난무하는 주문 광선, 부수고 쓰러지고 잔해가 튀는 데 있어서 3D의 팝업 효과는 극대화된다. 극적이면서도 리듬을 잃지 않는 전투신은 한 편의 장엄한 오페라를 보는 듯한 감흥을 안긴다.
하지만 '죽음의 성물-2부'의 미덕은 황홀경 같은 마법 전쟁에 있지 않다. 죽음을 각오하며 영웅의 풍모를 드러내는 해리에게도 있지 않다. 모든 인연과 악연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데 있다. 스네이프 교수의 비밀이 드러나는 지점에서 현자(賢者)처럼 보였던 덤블도어도 실수를 하는 한 인간이며, 절대악처럼 여겨졌던 볼드모트도 불완전한 인간일 뿐임을 드러낸다.
그동안 영화에서 사용된 소품들과 해리의 어린 시절이 담긴 화면은 1편에서 7편까지 한 편 한 편 챙겨 보아준 관객들에 대한 서비스일 것이다. 그간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총출동하는 것도 그렇다. 모두가 얼굴을 내밀고 관객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는 것이리라.
그러고 보면 '마법전쟁'은 해리 포터의 전쟁이 아니라 '죽음의 축제'이고, 거대한 '고별의 축제'다.
'마법사의 돌'에서 앳되고 여렸던 11살 꼬마는 이제 수염이 거뭇한 22살 청년으로 자랐다. 해리 포터와 함께 했던 청춘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이처럼 위태롭되 씩씩하고, 고통스럽되 매혹적인 성장통도 없었다. 마법 같은 성장, 그것과도 이별이다.
인사를 나눌 시간이다. 안녕, 해리 포터.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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