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
즉, 의회사무직원은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집행부와 자치단체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또 어제의 상사와 동료요 내일은 함께 일하게 될 집행부 공무원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도에서 의정활동 지원에 소홀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의회가 집행부와의 관계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견제와 감시'에 주안점을 둘 것인가 아니면 '동반자적 협력관계'에 방점을 찍을 것인가 하는 관점도 달려 있다.
의회는 집행부를 통제하는 것이 주 기능이므로 의회 공무원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의회의 일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내세우고 집행부에서는 자치단체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상호 대립적인 관계보다는 동반자적인 관계이어야 하며 이에 행정을 잘 알고 있는 공무원이 가교(架橋)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이유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의회의 인사권 독립 요구에 앞서 현행 제도아래서 의장의 사무직원 추천권과 의회에 위임된 권한을 과연 얼마나 발휘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여러 정당이 혼재돼 있고 선출직으로 구성된 의회에서의 독자적인 인사운영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어 차라리 현재의 제도가 합리적일 수도 있다.
“인사는 외부에 용역을 주는 것이 좋겠다”며 고충을 토로한 어느 단체장의 말을 새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인사에 관한 권한을 실질적이고 합리적으로 행사하기 위하여 의회에 인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의회 인사와 관련된 사항은 의회인사위원회를 거치도록 하고 '사무직원은 자치단체장의 추천에 따라 지방의회 의장이 임명한다'로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해 볼만 하겠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의회직렬' 신설 방안은 일면 그럴 듯하지만, 인력 양성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특히 지방자치 이후 일어나고 있는 인사의 폐쇄성과 정체성(停滯性)으로 인한 부작용과 더불어 의회직원이 종합행정에 어두울 수도 있는 상황을 예상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의회 간 교류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또한 자치단체장간 협약까지 맺어도 그 성과가 미미한 사례를 볼 때 의회 간 직원 교류의 가능성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또한 현행 구조상 일정부분 집행부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교류해야 하는 현실에서 인사권만을 가져 온다고 한들 의회 위상 제고와 의정활동 강화에 최적의 수단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인사권 독립에 관하여 정부와 지방의회, 자치단체장과 의회의장의 견해가 마주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우선 현재 의회에 주어진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 보고 그래도 미흡하다면 그때 적정한 대안을 마련해도 된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 의회사무직원은 자치단체장인 현지사(縣知事)의 인사발령에 의하여 파견되고, 의장은 사무국으로 전입된 공무원에 대한 부서 배치권만을 가지고 있으며, '의회직'이 없이 운영되고 있는데도 왜 '인사권 독립'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지를 살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지방의회가 의회사무직원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지방의회의 기능을 잘 수행하는데 있어서 일부 '필요조건'은 될 수 있겠으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먼저 사무직원들이 높은 사기와 깊은 사명감을 가지고 주어진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고 그 해법은 의회와 의원에게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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