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천안시 농업기술센터와 포도 농가에 따르면 포도 개화기로부터 10여 일 지나면서 지난달 하순부터 봉지 씌우기 작업에 들어갔지만, 최근까지 비가 계속 내려 하늘을 원망하며 일손을 놓고 있다.
농기센터는 포도 봉지 씌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22일부터 최근까지 21일간 천안지역에 무려 17일간 비가 내렸고, 강수량도 727㎜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 때문에 방제를 하지 못한 거봉 포도에 봉지를 씌우지 못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물을 흡수한 포도알이 터지는 생리장애 등 상품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특히 포도에 치명적인 탄저병과 이슬이 맺히는 시점에 급속히 번지는 노균병은 포도 농가에 공포감을 주고 있다. 더욱이 봉지를 씌우기 전에 태풍이라도 오면 바람을 타고 병원균 확산속도가 빨라져 포도 농가들은 올 농사를 사실상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천안지역 거봉 포도농가는 지난봄 동해로 이미 심각한 마음고생을 했다. 농업기술센터 조사결과 전체 재배면적 1056㏊의 25.8%인 273㏊에서 동해가 확인됐다.
최근 실시한 착과 상황과 생산예상량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당 포도송이가 3580개로 평년 3883개의 92% 수준에 머물렀다. 생산예상량도 1432㎏으로 예년 1553㎏에 비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포도 농가들은 봉지 씌우기를 위해 최소 5~6일간 맑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많은 일손이 동시에 필요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0년간 1만9600㎡의 거봉 포도를 재배해온 장익순(48)씨는 “평년에는 6월까지 봉지 씌우기를 끝내지만 올해는 동해로 개화가 늦어지고 비로 또 한번 피해를 입고 있다”며 “비가 계속내려 봉지 씌우기는 고사하고 탄저균 방제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천안=맹창호 기자 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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