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일보가 창간 60주년을 맞았다. 1951년 전쟁의 포화 속에도 희망을 향해 뛰었던 창간의 초심을 기리며 '중도 60年 희망 60人'코너를 기획했다. 대전충청 곳곳 각계각층에서 열심히 뛰는 지역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새로운 희망을 키워보는 코너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 파이팅을 외치는 박노철 단장. 단원들의 버팀목으로 자리잡은 박단장의 얼굴에 '아빠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
경기종료 뒤에도 천안시 좌식배구단의 박노철 단장(44)은 우승을 실감하지 못했다. 전국 최초의 좌식배구 실업팀으로 관심 받을 때도 앞으로의 계획을 당차게 말했었지만 이번에는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멍하기만 했던 것이다.
지금은 천안시 좌식배구단의 단장을 맡고 있지만 배구단의 역사가 태동한 십여년 전 박단장은 좌식배구 선수였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그는 지금보다 더 차가웠던 주위 시선을 견디며 운동을 했다.
그러나 어두운 방에서 고립돼 있는 다른 장애인에 비해 밖으로 나와 운동할 수 있는 자신을 행운아라 여겼고, 더 많은 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리며 운동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좌식배구를 비롯한 장애인 스포츠를 알리는 데 혼신을 다했다.
그럼에도 장애인에 대한 고정된 시각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장애인 스포츠 선수로 운동과 생계를 병행하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대회 출전 때문에 어렵게 얻은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을 보면서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절망 끝에서 실업팀 창단이라는 희망을 보았다. 실업팀이라면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생계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업팀 창단은 하루아침에 결정되는 일이 아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실업팀 창단을 꿈꾸는 수많은 장애 스포츠인들의 열망과 당위성을 많은 이들에게 전했고, 수년 간의 노력 끝에 전국 첫 좌식배구 실업팀이 천안시 좌식배구단의 이름으로 지난 4월 드디어 창단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좌식배구를 하는 어울림 좌식배구대회를 개최해 서로를 이해하는 장도 마련하고 있는 박노철 단장은 선수들을 위해 또 한번 일을 냈다. 지역 인사들을 일일이 찾아가 배구단 전용차량 마련을 위해 힘 써줄 것을 피력했고, 결국 예산을 확보한 것이다.
앞으로 더 편하게 경기장을 오갈 선수들을 생각하니, 요즘 흔히 말하는 아빠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박노철 단장. 실력도 중요하지만 예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그는 오늘도 다양한 종목의 장애인 스포츠가 더 활성화되는 그날을 기대하며 세상을 향해 희망 가득한 서브를 하고 있다.
●천안시 좌식배구단 박노철 단장은?
1967년생. 1998년 한빛회 좌식배구단 창단 멤버 선수로 활약하다 감독도 겸하면서 2004년에는 제24회 장애인 전국체육대회에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좌식 배드민턴 선수로도 활약해 2008, 2009, 2010 장애인 전국체육대회 좌식 배드민턴 3연패 우승을 하기도 했다. 2009년 좌식배구선수 은퇴 후 실업팀 창단에 매진, 지난 1월부터 천안시 좌식배구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빛회 공동대표, 천안시 생활체육회 부회장, 천안시 장애인 생활체육연합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 단원들의 연습장면. 이들의 굵은 땀방울이 값진 결실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
▲ 단원들과 함께 한 박노철 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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