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재 공주중동초 교사 |
“경훈아!” “네” 하고 대답만 하는 세대-30대.
“상진아!” “왜요? 나 바쁜데….” 이유를 묻고 거절할 만한 핑계를 대는 세대-10~20대. 반문하고 핑계 대는 아이들과 지내면서 내가 어렸을 땐 저러지 않았는데….
아침시간. 비를 잡고 교실바닥에 떨어진 휴지, 군것질 봉지를 말없이 비질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 이것도요”하고 책상속의 휴지를 모아 놓은 휴지더미에 보태준다. '녀석 얼굴 한번 뻔뻔하군!' 해야 할 당번 활동을 안 한 것을 미안해 하거나 선생님이 비질을 할 때 미안한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 아이들.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양습이 퇴색되어 버린 요즘의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교사인 내가 해야 할 일의 영역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곤 한다.
오늘날의 학생들 특히 도시의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엄청난 소음과 시각적 자극 속에서 자라고 있다. 언제 어디서고 TV, 컴퓨터 게임, 교통소음, 광고, 선전, 전화기 소리 등의 자극을 받고 있다. 따라서 자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방해받고 쉽게 산만해지며 주위를 돌아보고 나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다. 더군다나 외적으로 보이는 발전에 급급한 환경과 교육으로 창의성의 발전도 저해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이라는 어두운 그림자의 근원이 되기도 하며 요즘 자주 인터넷 상에 등장하는 지하철에서의 불순한 행동과 말, 패륜적인 사건 등으로 그 문제의 심각성을 대변해 주기도 한다. 이는 '우리' 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고, 친구, 가족 간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를 느낄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해서 초래되는 사회적인 문제라 볼 수 있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했던가! 고장 난 시계를 그 자리에서 바로 고치듯 바른 생활 예절 교육도 그 자리에서 바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늦더라도 꾸준히 그때그때 조용히 인도하면서 학생들의 가능성을 인정해야 될 것 같다. 몰라서 버릇없는, 안 해 봐서 인사 못하고, 과보호해서 약하고, 의지하려는 아이들을 이해시켜 예의를 지키게 하고 반복 학습시켜 몸에 익히도록 하며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마음껏 개성을 펼치며 책임을 질 줄 아는 학생이 되도록 꾸준히 안내하고 지도해주어야 할 것 같다. 바른 예절과 품성교육, 말이나 글로 그 필요성을 역설할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들이 먼저 실천하고 보여주어 표본이 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역할을 그 누구보다도 일선에 있는 교사가 해야 되는 책무와 숙제가 되고 있다.
삼국사기를 보면 우리가 아는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가 나온다. 온달에게 있어 평강공주와의 만남은 그의 인생을 180도 달라지게 한 큰 전환점이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매우 사소한 사건 또는 우연한 만남 하나가 그 당시에는 잘 몰랐으나 지나고 보면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킨 계기가 되었던 경우를 종종 본다. 이처럼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현대과학에서는 '나비 효과'라고 부른다. 이런 나비효과를 직접적으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일선에서 묵묵히 교육에 매진하는 교사임을 우리 스스로는 잊지 말아야 될 것 같다.
지금 학교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바른 예절과 품성을 다져주고 심어줄 수 있는 교육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며 교사 또한 그 자양분을 만들어 주고 책무성을 견고히 다져야 하는 갈등의 시간에 머물고 있다. 우리 교사들도 배려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학생들을 양성해야 하는 시대적 당위성과 책임감을 피부로 느끼며 학생들이 '나보다는 너'를 먼저 생각하는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감동과 감화를 주는 '마중물' 같은 교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됨을 잊지 말아야겠다. 옛날 선배 교사들의 순수한 촌부와 같은 마음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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