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갯벌풀들은 어릴적에는 갯나물이라 하여 쏙쏙 뽑아다가 데쳐서 초고추장에 무쳐 먹었다. 이 갯나물이 크면 단단한 줄기를 갖게 되고 어느정도 키도 크게 된다. 이곳에 작은 게들이 올라와 매달려 서로 짝을 찾는지 입거품을 뽀글뽀글 내는데, 조용한 달밤에 들으면 멋진 협연 같다. 우리는 이것을 게가 그네 탄다고 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은 게들이 평화롭게 놀다가 우리가 나타나면 쏴 소리와 함께 온 힘을 다해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가 나와서 두 눈을 안테나처럼 똑바로 세우고 좌우를 살피는 광경 또한 장관이다. 이때 군데군데에는 갯벌색과 똑같은 미름챙이들이 여유롭게 슬금슬금 기어다니고 짱뚱어도 놀란 듯 뭉툭한 두눈을 두리번거리면서 인어공주처럼 꼬리지느러미로 몸을 바짝 세우고 쫄딱쫄딱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 가운데는 한쪽 다리가 붉고 큰 황발이(농게의 일종)가 초원의 사자처럼, 숲속의 호랑이처럼 군데군데서 늠름하게 느린 걸음을 하고 있다. 동네악동들은 누구나 이 황발이를 잡는 것이 꿈이었으며 황발이를 잡아 가지고 있으면 그날은 왕이 되었다. 황발이는 무척 잡기 어려웠다. 황발이는 평소에는 느리다가도 재빨리 자기집에 숨곤 하였다. 이 황발이를 잡기 위해 황발이가 숨어 있는 갯벌구멍에 새끼줄로 올가미를 만들어 개흙으로 발라 잘 붙여 놓은 뒤에 새끼줄을 길게 늘여 갯둑 뒤에 가서 숨어 기다린다. 얼마쯤 뒤에 황발이가 새끼줄 올가미에 올라 앉으면 순식간에 탁 낚아 채서 게구멍에서 멀리 떨어지게 한 다음 황발이가 구멍에 들어 가기전에 달려가서 잡았다. 이렇게 공들여 황발이를 잡으며 갯벌과 함께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등뒤로 보이는 서산에 걸린 저녁노을 빛은 뿌듯함 그 자체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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