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영]박봉춘·유근영의 2인 회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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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영]박봉춘·유근영의 2인 회화전

1983년 대전문화원에서 전시회… 르뽀 1회전과는 현저한 차이 현장작업·물감 뜯어내기 등 현대미술에 대한 새로운 논리 선봬

  • 승인 2011-07-12 14:11
  • 신문게재 2011-07-13 11면
  • 조상영 미술학 박사조상영 미술학 박사
■대전미술 이야기

▲ 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
▲ 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
1983년에 대전문화원에서 박봉춘과 유근영 2인전이 열렸다.

당시 유근영은 홍익대 미학과를 다니던 상황이었고 르뽀 활동도 하지 않았던 때였지만 현대미술에 대한 새로운 작업 논리를 주변 동료들과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다.

유근영과 박봉춘 2인이 전시한 작품들은 르뽀 1회전 작품들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유근영의 작품은 주로 현장에서 제작되는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종이를 구겨서 스템플러로 박은 다음 스프레이를 뿌리고 마른 후 주변을 뜯어내는 방식이었다.

보수적이고 개방되지 못했던 당시 대전 미술의 분위기는 르뽀 그룹의 초창기 추상작업부터 비주류로 오인될 소지가 있었지만 유근영의 작업태도는 고리타분한 현상에 대한 도전이며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이었다.

말하자면 오랫동안 깊은 사유에 의해 탄생한 작품의 속성이 아닌 산업사회에서 대량 생산된 종이, 스템플러, 스프레이 컬러를 이용해 우연히 뜯어내고 흘러내리게 하며 정돈되지 않은 미완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갤러리에서 '현장작업'을 감행했던 것이다.

“그때 우리가 했던 것이 모더니스트식 작품이죠. 있는 그대로의 표현을 자제하고… 화실에서 할 필요 없는 거죠. 시장 가서 몇 가지 재료 사가지고 와서 하면 되는 거니까요.”

유근영과 시각적 결과는 다르지만 박봉춘의 작품 제작 방법도 독특하다.

▲ 2인 회화전에서의 유근영<사진 왼쪽>, 박봉춘의 모습.
▲ 2인 회화전에서의 유근영<사진 왼쪽>, 박봉춘의 모습.
앞서 유근영의 현장작업에서 보듯이 스템플러로 고정하여 뜯어내는 제작 방식과 서로 닮아 있다.

“원래 캔버스가 천이잖아요. 옛날에는 천하고 물감을 접착시키려고 아교를 칠했어요. 지금은 본드로 칠하지만요. 그래서 캔버스를 뉘어서 물을 계속 먹이면 불어버려서 물감이 떨어집니다. 그러니까 힘 있게 떼면 형태가 깊고 크게 떨어지며, 가볍게 떼어내면 깊지 않고 약하게 떨어지는 대로 나오죠. 이런 기법은 다 혼자 터득한 겁니다. 작업하다 보면 다 찾아지는 거죠. 의도대로 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요. 의외로 탈출로가 생기고 그런 거니까요.”

유근영과 박봉춘의 제작방식은 대전에서 행하는 전통적 서양화 방식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즉 이들의 작품 제작은 과정과 행위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박봉춘은 캔버스에 발라진 아교의 성질과 캔버스 표면과의 관계를 이용한 재발견을, 유근영은 현장에서의 즉각적인 프로세스가 갖는 즉흥적 결과로서의 작품을 선호했던 것이다.

2인전에서 기성관념을 배제하기 위한 이들의 저돌적인 작품 경향이 주변인들에게 어떻게 비춰졌을지 궁금하다.

“거의 말이 없죠. 속으로 저게 뭐야 할 수도 있지만 나 같아도 말하기 힘들죠. 그래도 그때 당시 실험적인 미술의 논리! 그런 거는 있을 땝니다.”

유근영의 문제는 현대미술이 왜 그렇게 골치 아파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 때 홍익대 미학 교수는 칸트와 헤겔을 전공한 임범재였다고 한다.

유근영은 현대미술이 철학이라 생각해 미학을 배웠지만 체질에 맞지 않아 겨우 겨우 6년 걸려 대학원을 졸업해야 했다는 것이다.

유근영의 서울 생활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외로웠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를 위해 미술학원 문을 두드려보아도 특별한 인연이 되는 사람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에서 작업하며 생활하던 걸 접게 되었고, 현대미술 강령에 회의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그림 뭐 하러 그리느냐… 나는 이 세상에 1인자나 리더가 된다는 허영을 다 버리자 했죠.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내가 그리고 싶은 그 순수한 마음의 그림! 그런 그림을 그리자 해서 그때부터 현대미술, 이벤트, 설치미술 그런 거 다 집어치우고 대전에 내려와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 그렸죠.”

당시 대중적 이해를 구하지 못했어도 대전 풍토 안에서 자신들의 작업을 재해석하고 적극적인 의미부여를 선보인 박봉춘, 유근영 2인전이 대전 미술계에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은, 유근영의 '현장작업'과 박봉춘의 '물감 뜯어내기' 방법론을 통한 기성관념에 대한 도전이며 새로운 표현방법에 대한 모색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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