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장하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뮈르달 상과 레온티에프 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 국가의 역할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이 있다.
저자는 자유시장경제의 원리, 기업의 가치, 소득의 분배, 기술의 혁신, 자본의 국적 문제, 경제구조의 변화, 정부의 역할, 기업가 정신, 교육과 부의 관계, 기회의 균등, 금융시장의 효율성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경제 이슈들에 대해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내세우는 논리에 숨겨진 허구를 하나씩 벗겨나간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시작된 자유시장의 기본원리에 의하면, 경제주체들이 각자의 이기심에 따라 효용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면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원이 적재적소에 쓰이게 되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므로 정부는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언제나 시장에 개입하고 있고, 자유시장론자들은 정치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펼치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객관적으로 규정된 자유시장이 존재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는 첫걸음이라고 한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므로 기업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경영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주주들은 기업의 이해당사자 중에서 가장 손쉽게 책임을 회피할 수 있고 기업의 장기 전망에 가장 관심이 없는 집단이므로, 이들의 이익을 위해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글로벌 환경에서 초국적 기업들에 대해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에도 자본에는 엄연히 국적이 있기 때문에 허구가 있음을 지적한다.
시장경제에서는 생산성이 높으면 그만큼 보수를 많이 받는다고 하지만, 잘사는 나라에서는 생산성과 상관없이 하는 일에 비해 못사는 나라 사람들보다 임금을 많이 받는다. 즉 임금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결정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들의 임원은 그들이 하는 일이나 능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시장에 맡겨 두기만 하면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타당하고 공평한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밖에도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이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할 거라는 잘못된 인식,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가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등 잘못된 경제상식들을 꼬집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들이 과연 확고한 증거와 제대로 된 논리에 근거한 것들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이미 경제대국이 된 나라들이 주장하는 것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정치인들의 말 속에 숨겨져 있는 '불순한 의도'를 읽을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경제지식은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 우리가 늘 겪고 있는 여러 가지 경제문제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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