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만이 희망이다 |
1997년 당시 박 시인은 경주교도소 독방에 무기수로 수감 중이었고, 이 책은 아내 김진주와 형 박기호 신부 등이 면회 때 받아 적은 옥중 구술과 메모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10년 만에 다시 빛을 본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박 시인의 문체를 다듬고 편집과 디자인을 변화한 개정 복간본으로 출간됐다. 총 7장으로 구성됐으며 122편의 에세이가 담겨 있다.
특별히 박 시인이 지난 10여 년간 세계 각지에서 찍어온 사진이 장마다 삽입돼 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사와 도정일 경희대 교수의 발문은 여전히 큰 울림으로 전해진다.
이 책은 1997년 출간 다음날 전국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기록, 30만부 가까이 읽히면서 화제의 중심이 됐다. 수많은 독자와 진보인사들은 물론 주요 보수 인사들과 대선주자까지 암송하며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단 한 문장은 이념과 세대를 넘어 '시대의 화두'가 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박 시인에게 '변절자'라는 낙인을 찍으며 논란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다. 1990년대 사회주의 붕괴 이후 “이념에서 사람으로”라는 급진적이고 근원적인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 희망이 없다. 대안이 없다'는 2011년. 오직 돈과 권력만이 희망이라는 듯한 이 시대에 '왜 다시 사람만이 희망인가'.
저자는 불의한 사회 체제에 저항하는 '사회 혁명'과 동시에, 그 적들이 나의 욕망으로 실핏줄처럼 이어진 '생활 속의 진보'를 이뤄가는 '안과 밖의 동시 혁명'을 제시하고자 한다.
돈과 권력이 삶 전부인 듯해도, 이 사회가 우리를 그렇게 강제할지라도, 한 사람 한 사람 저마다 깊은 곳에 선함과 사랑과 정의가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박노해 시인은 함평에서 태어나 16살에 상경해 낮에는 노동자로 학비를 벌고 밤에는 선린상고를 다녔다. 현장 노동자로 일하던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했다. 군사정부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 부 가까이 발간됐다.
'얼굴없는 시인'으로 불리며 민주화 운동 시대의 상징적 인물이 된 박 시인은 1991년 7년여의 수배 생활 끝에 체포돼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형에 처했다. 1998년 8월 15일. 7년 6개월의 교도소생활 끝에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사면조치로 석방됐다. 2000년부터는 스스로 사회적 발언을 금안 채 지구 시대의 인간해방을 향한 새로운 사상과 실천에 착수하고 있다. 느린걸음/지은이 박노해/332쪽/1만5000원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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