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에선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집을 덮치면서 70대 할머니가 목숨을 잃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범람위기에 충남에선 19가구 39명의 이재민이 마을회관 등지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도로가 유실되는가 하면 농경지 4000여㏊가 물에 잠겼다. 대전도 전봇대가 넘어지면서 정전 사태가 잇따랐다. 복수동과 정림동 아파트 단지가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했고 일부 세대는 단수가 돼, 큰 불편을 겪었다.
천재지변에 가까운 '물폭탄'에 10년 단위 호우 기준으로 만들어진 방재시설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 기상은 예고도 없이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등 스콜성 강우와 국지성 호우가 잦다. 하지만 아무리 돌발적인 기상이변이라 해도 미리미리 대비하는 마인드만 구축돼 있다면 얼마든지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문제는 많은 곳은 25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다. 비 피해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하겠다.
대전시와 충남도, 일선 시·군 관계 기관 등은 피해 상황 조사와 함께 응급 복구에 나서 추가 피해를 줄여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점검을 철저히 해주길 당부한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산재해 있는 절개지다. 이번 폭우로 발생한 산사태를 하나의 경고로 알고 수방대책을 서둘러 재점검해야 한다. 침수 피해를 입은 농경지에 대한 후속 조치와 함께 병해충 방제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주민을 효율적으로 보호하는 자치단체가 바로 '살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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