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
이러한 물질세계의 성질을 이용하여 노사관계를 설명해보면, 탄성은 노사가 협상과정에서 대립이 있더라도 협상이 타결되면 평상으로 금방 돌아가는 것이다. 탄성은 유연성으로도 볼 수 있다. 소성은 협상이 타결, 갈등상태가 종료되어도 대립(파업 등)으로 인한 노사의 피해가 크거나 감정상 앙금이 남는 경우다. 파괴는 갈등 해결이 안 되어 결국 회사가 문을 닫는 것이다.
최근 한진중공업 파업사태는 위 세 가지 성질 중 어디에 해당할까? 얼마 전 노조집행부와 회사가 합의는 했지만 점거사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합의 내용을 둘러싸고 아직까지 집행부와 조합원, 외부지원단체가 대립하고 있다. 점거가 해소되고 작업이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장기파업으로 인한 물질적 피해 및 훼손된 노사간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볼 때 소성상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노사관계에서 탄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노사관계가 탄성의 한계 내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노사관계를 탄성의 한계 내에 유지하려면 노사간의 최소한의 신뢰가 깨져서는 안 된다. 노사간 최소한의 신뢰를 유지하는 방법은 기업문화나 노사관계 특성에 따라 다를 수는 있으나 필자는 탄성의 한계란 관점에서 다음 네 가지를 꼽고 싶다.
첫째, 갈등을 피하지 말며, 적당한 갈등은 회사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적극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사소한 갈등은 일종의 경보음 역할을 해 문제가 더 커지기 전 사태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 부딪히는 것이 싫어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계속 들어주거나, 사측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계속 묵과하고 넘어갈 경우 노사관계가 겉으로는 평화로이 보일 수 있지만 불만은 쌓일 수밖에 없고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 이런 회사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과격화, 장기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둘째, 노사 어느 한 쪽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는 다른 한 쪽의 혼란과 저항을 초래하므로 신중해야 한다. 한 동안 안 쓰던 고무줄에 갑자기 힘을 가하면 끊어지는 원리와 같다. 오랫동안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해오다 일거에 원칙을 잡는다고 몰아붙일 경우 개선이 아니라 관계 자체를 파탄낼 수도 있다.
셋째, 상대의 자존심과 감정을 건드리지 말란 것이다. 임금인상을 시혜적으로 생각하는 태도, CEO에게 훈계나 막말을 하는 태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협상결과 윈윈 할 수도, 어느 한 쪽이 더 손해볼 수도 있으나 협상과정에서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 그 앙금이 오래가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못 지킬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하며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미 합의한 것을 번복하거나 상황이 달라져 못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믿음 자체를 깨기 때문에 극심한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다. 탄성(彈性), 복수노조라고 하는 새로운 제도하에서 더 절실히 요구되는 화두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