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성 논산시선관위 사무국장 |
제19대 총선부터는 해외에 나가 있는 국민들도 투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재외선거제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2007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는 관련 규정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함에 따라 2009년 2월 12일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학업 및 업무 등의 목적으로 해외에 일시 체류하는 국민들은 국외부재자 신고를 통해 대통령선거와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고,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영주권자들은 대통령선거와 임기만료에 의한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많은 재외국민이 선거에 참여하고 선거과정도 공정하고 깨끗하게 관리되도록 세심하게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 정치권도 재외선거제도에 대해 민감하고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과열을 염려할 만큼 재외선거제도와 재외선거인에 대한 정치인들의 관심은 뜨겁다. 230만에 이르는 재외국민의 표심에 따라 총선 및 대선의 향방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 국민들 중에는 재외국민선거에 대해 잘 모르고 거의 관심이 없는 분들도 많다. 심지어 재외국민의 수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 참여율이 얼마나 높을지도 알 수 없는데 귀중한 행정력과 국민세금만 낭비하는 꼴이 아니냐는 불만의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가장 실감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누구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승승장구하는 축구 국가대표팀과 함께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던 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첫 투표권을 행사하던 순간이 그때가 아닐까 한다. 전 세계 230만에 가까운 재외국민들이 곧 그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인식하고 국가에 대한 소속감과 책임감이 한층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경제성장에만 치중하느라 재외국민의 아픔과 아쉬움을 돌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이들의 목소리에 정치인들은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고, 이들의 요구가 좀 더 많은 국가정책에 반영될 수 있으며, 재외국민의 유대관계도 한층 강화될 것이다.
사실 재외국민선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 규모 등의 면에서 지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1967년부터 1971년까지 제6ㆍ7대 대통령 선거와 제7ㆍ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해외부재자투표를 실시한 적이 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비록 저마다 형태는 다르지만 현재 전 세계 115개국이 재외선거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은 물론 저개발국가 중 다수도 대통령선거와 같은 중요 선거에는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보장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기본권인 선거참여의 권리를 단지 물리적인 거리나 비용과 같은 부차적인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며 전 세계가 인정한 모범적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는 어울리지 않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재외선거제도를 통해 가능한 한 많은 국민들의 선거참여를 보장함으로써 민의로 움직이는 민주국가 정치권력의 정당성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해외 동포사회에서는 재외선거제도로 인해 동포사회의 분열과 반목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정치권은 재외국민의 표심을 얻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 예상되어 과열이 우려되고, 국가권력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서는 혹시 있을지 모를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막을 수 있는 효율적인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재외선거가 재외국민들의 축제로서 공명정대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는 국민 모두의 도움이 없이는 이루기 어렵다.
재외국민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재외국민선거에 관심을 기울여 주길 당부 드리고 싶다.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 여야 정치권의 이성적 경쟁,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 및 여러 행정기관의 노력이 어우러질 때 재외선거제도 도입의 참된 의의가 빛을 발하리라 생각한다.
모쪼록 2012년 4월 실시되는 사실상의 첫 재외국민선거가 동포사회의 분열과 반목을 부르는 과도한 경쟁 대신 동포들이 국가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서로 단합하고 소통하며 참여민주주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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