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고향… 그곳에 유럽이 있다

피카소의 고향… 그곳에 유럽이 있다

유럽·아프리카 대륙 맞닿은 위치 '이질적 문명' 공존 한해 관광객 6천만명… 세계서 두번째 문화유산 많아

  • 승인 2011-07-07 13:56
  • 신문게재 2011-07-08 13면
  • 조성남 본사 주필조성남 본사 주필
[조성남 주필의 스페인 문화산책] 1. 연재에 들어가며

한해 관광객 6000만명이 몰려오는 나라가 있다.

다름 아닌 스페인이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 스페인은 세기의 화가 '고야'와 '피카소'를 낳은 문화대국으로 유럽에 속하면서도 이슬람문명을 머금은 유럽의 이방인이기도 하다.

로마시대의 길과 기독교문명을 대변하는 대성당, 이슬람문명을 말해주는 모스크(이슬람사원)가 공존하는 스페인은 이질적인 인류문명이 공존하는 대표적 현장이라 할 수 있다.

본보 조성남 주필의 눈으로 본 스페인문화의 현장을 지역작가들의 그림과 함께 연재한다. <편집자 주>

▲ 세르반테스의 명작 돈키호테의 무대가 된 대평원이 스페인을 가로지르고 있다. 사진은 안달루시아 지방의 해바라기가 가득한 평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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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반테스의 명작 돈키호테의 무대가 된 대평원이 스페인을 가로지르고 있다. 사진은 안달루시아 지방의 해바라기가 가득한 평원 모습.

이런 말이 있다.

“유럽에서는 스페인을 볼 수 없지만, 스페인에서는 유럽을 볼 수 있다.”

무슨 뜻일까.

아마도 유럽만의 시각에서 스페인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스페인의 눈으로는 유럽이 보인다는 것으로 스페인은 유럽은 물론 유럽 이상의 것을 지닌 나라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스페인의 지정학적 위치에서도 알 수 있다.

유럽 남서부 이베리아반도에 위치해 있는 스페인은 유럽 대륙과 붙어 있지만 아프리카대륙과도 맞닿아 있다.

필자는 6월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10일 낮 스페인의 최남단도시 '론다'에서 '지브롤터'로 가는 협곡 도로 위에서 육안으로 아프리카 모로코의 항구도시 '탕헤르'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스페인의 '지브롤터'항과 인접한 '타리파'와 모로코의 '탕헤르'는 불과 15㎞의 바다를 사이에 두고, 페리호로 1시간이면 오갈 수 있는 그런 거리에 있었다.

▲ 도시 어디를 가도 중심지에 가톨릭 대성당(카테드랄)이 있는 스페인. 사진은 세비야 대성당.
▲ 도시 어디를 가도 중심지에 가톨릭 대성당(카테드랄)이 있는 스페인. 사진은 세비야 대성당.
스페인이 유럽이면서도 이슬람문명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연유가 이 같은 지정학적 위치에 기인한다는 게 스페인 여행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스페인의 세계문화유산은 42곳으로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세계문화유산은 해마다 심사결과에 따라 그 수가 약간씩 바뀌고 있다).

보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실제로 필자가 돌아본 스페인의 도시는 하나같이 도시 그 자체가 문화와 문명의 유적지요 관광거리였다.

또 도시 한복판에는 넓은 녹지대가 자리해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었고 거리의 간판도 일정규격에 맞추어 눈에 거스르지 않았다.

로마시대의 유적지에서부터 이슬람시대의 발자취, 가톨릭국가로의 위용을 자랑하는 대성당을 비롯한 크고 작은 성당들, 그리고 도시 어디에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과 거리의 상점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체가 이방인들에게는 눈요기 감이었다.

또 스페인에 관광객이 많이 오는 이유는 남부의 지중해연안이 세계적인 휴양의 도시라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햇볕을 덜 받는 유럽대륙과 전 세계 부호들이 선호하는 휴양지인 '코스타 델 솔'(태양의 해변)은 6월초부터 여름휴가와 여행을 즐기려는 세계인들로 붐빈다.

실제로 6월 12일 필자가 찾아간 말라가의 마데나해변 주위에는 고급호텔과 별장이 즐비했고, 때 이른 휴가철임에도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를 여행하는 동안 낮에는 30도를 넘는 더위로 힘들었지만, 일단 그늘에 들어서면 더위가 사라지는 건조한 날씨가 계속됐다.

이 같은 기후로 많은 관광객들이 낮의 뜨거움을 견디고 힘든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앞서 스페인의 세계문화유산을 거론했지만 스페인은 구석기시대 회화로 유명한 '알타미라'동굴벽화가 있다.

스페인 북부 '산티야나 델 마르'에서 2㎞ 떨어진 동굴에 위치한 알타미라벽화는 1879년 당시 다섯 살의 어린아이에 의해 천장그림으로 발견되었는데 이 벽화가 구석기시대 벽화로 인정받기까지는 20년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방사선탄소측정으로 약 1만3500년 전이란 연대가 주어진 이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필자가 어렸을 때 교과서에서 본 인류의 오래된 첫 그림이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이 알타미라동굴벽화야말로 스페인의 문화적 원형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중 한 사람인 '자자크 아탈리'는 호모 노마드(유목하는 인간)라는 책에서 “인간은 여행을 통해 태어나며… 적어도 10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호모사피엔스'가 생겨난 듯하며 호모사피엔스의 또 다른 가지가 16만 년 전쯤에 아프리카, 중동, 유럽에 차례로 나타났는데 바로 최초의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다… ”라고 기술했다.

필자는 이 같은 아탈리의 고찰이 알타미라의 동굴벽화로 이어졌다고 유추하면서 스페인 조상의 기원은 이미 구석기시대부터 문화와 문명의 몸짓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보았다.

스페인이 세계적인 화가 벨라스케스와 고야, 피카소와 미로를 배출한 데에는 이 같은 스페인 조상들의 DNA가 깊이 뿌리내려 있을 것이라는 추론을 해보게 된 계기가 바로 이번 스페인 여행이었다.

스페인은 유럽국가들 가운데 경제적으로 상위권은 아니지만,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세계 3대관광국가다.

▲ 서양화가 서재흥 作 스페인 세비아의 '황금의 탑'
▲ 서양화가 서재흥 作 스페인 세비아의 '황금의 탑'
그러나 요즘 경제난으로 구제금융 대상으로 논의되면서 스페인은 6월 3째주 내내 마드리드를 비롯한 주요도시에서 경제난에 항의하는 젊은이들의 시위열기로 가득했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자 황금의 시대(Golden Age)를 구가하며 유럽을 비롯한 세계를 호령했던 대제국 스페인의 오늘의 경제적 위치는 실로 초라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스페인의 찬란한 문화와 예술 그리고 해바라기와 올리브로 가득한 대평원, 일년내내 태양이 이글거리는 자연환경은 전 세계인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라만차의 대평원에는 지금도 돈키호테와 그의 하인 산초 판차가 끄는 말이 지나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세르반테스'는 영국의 '셰익스피어' 못지않게 스페인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대문호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도시의 서점이 스페인 도시에서는 곳곳에서 눈에 들어올 만큼 문화적 향취가 살아있는 나라 스페인은 그래서 필자에게 매력 있는 문화의 현장일 수밖에 없었다.

컬럼버스의 달걀론이 보여준 탐험정신의 나라이면서 프랑코독재가 존재했던 나라가 또 스페인이다.

어쩌면 모자이크와도 같은 여러 얼굴을 지닌 나라 스페인은 그래서 문화적으로 매력이 있는 나라인지도 모른다./글=조성남·사진=황길연 중구문화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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