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 |
의문의 죽음이 이어지고 죽음의 현장엔 언제나 고양이가 발견된다. 펫숍에서 미용사로 일하는 소연은 경찰 준석과 함께 의문의 죽음 뒤에 숨겨진 비밀을 파고든다.
미스터리 추적극 형식을 띤 이 호러영화는 왜 그들은 죽어야 했는지, 고양이와 함께 나타나는 여자아이 귀신의 정체는 과연 누군지, 무슨 한이 있어 사람들을 해치는지, 그 비밀을 알아내는 과정마다 얼마나 무서우냐가 포인트다.
공포의 핵심은 역시 고양이다. 살아있는 고양이를 대신해 컴퓨터그래픽으로 묘사된 고양이의 모습은 오싹하고 고양이와 패키지로 등장하는 아이 귀신은 간담이 서늘하다.
여기에 폐소공포증을 공포 장치로 끌어들인다. 여주인공의 약점은 불안을 유발하고 객석에 흩뿌려 긴장을 고조시키는 기능을 한다. 폐소공포증을 가진 주인공이 엘리베이터, 아파트 지하 보일러실 같은 밀폐된 공간에 '갇힐' 때, 관객은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공포의 강도는 그리 세지 않다. 불안한 심리에 이어지는 무서운 장면은 따로 떼어놓고 보면 분명 다른 공포영화에 비해 업그레이드됐다. 하지만 공포의 완급을 조절하는 호흡이 느린데다 예상 가능한 지점에서 어김없이 놀래키는 공포는 헛헛하다.
공포물은 공포감을 차곡차곡 축조해가다가 어느 순간 한꺼번에 터뜨릴 때 등골이 서늘해지는 제 맛이 난다. 그런 점에서 '고양이'는 결정적으로 공포 장르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속성을 갖추지 못했다. 아이 귀신은 처음엔 뒷모습만 나왔다가 눈, 팔, 얼굴 등으로 점점 실체를 드러내며 시선을 집중시킨다. 영화의 얼개도 그랬어야 했다.
스크린에 처음 도전하는 박민영은 극 전체를 홀로 끌고 가야 하는 부담에도 밝고 귀여운 모습과 폐소공포증에 힘들어하고 공포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연기로 색다른 느낌을 전해줬다. '아저씨'의 김새론의 동생 김예론의 아이 귀신 연기도 인상적이다.
박민영은 그러나 자신만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한다. 하기야 친절하지 못한 데다 맥락이 툭툭 끊기는 스토리엔 그 어떤 배우도 매력 발산은 힘들었을 거다.
애완동물을 학대하고 버리는 인간의 이기심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는 좋다. 하지만 공포 장르의 미덕은 오감을 얼어붙게 만드는 공포감에 있다. 기본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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