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백헌 대전시 시사편찬위원 |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은 족보에 대한 관심을 거의 잊은 채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인사들은 '지구촌 시대에 족보를 운운하는 것은 마치 도포를 입고 갓을 쓰고 다니는 구시대 인물들의 넋두리'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족보에 대한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편견 된 발상에서 나온 궤변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우리 시의 중구 침산동에 조성된 효 테마공원의 관람객의 실태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침산동 일원에는 최근까지 전국 130여 개 성씨조형물이 설치되어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줄을 잇고 있으며, 아직 설치하지 못한 150여 문중은 추가 신청을 해놓고 대기 중인 상태다. 그리고 2010년에는 뿌리공원 안에 족보박물관이 완공되어 전국적으로 족보에 관심이 있는 인사들이 단체로 혹은 가족단위로 방문하고 있어 효 테마공원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뿌리를 찾고자 하는 층이 상당히 두텁게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뿌리를 알면 조상을 알게 되고 조상을 알면 나를 안다'는 말이 있다. 그것을 실현이라도 하려는 듯 오늘도 효 테마공원을 방문하는 인파는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뿌리를 밝히는 대표적인 문헌이 곧 족보다. 족보란 같은 족속의 계통과 혈통에 관계되는 것을 적은 책을 말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기 성씨의 본관은 어디이며 시조는 누구이고 대대로 내려오는 조상들 내외분의 이름과 생졸연대, 벼슬, 그리고 묘소까지를 기록한 책을 말한다. 따라서 족보야말로 한 가문의 역사요, 자랑인 동시에 그 집안의 정체성을 확인해 주는 중요한 문헌인 것이다. 그 속에는 음양오행이나 육갑에 따른 항렬이 있고, 나와의 관계를 따지는 촌수가 있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지구촌에서 이처럼 심오한 사상이 담긴 족보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본다. 따라서 족보가 없는 집안은 별 볼일이 없는 집안이라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족보를 운운하는 사람을 고루한 사람,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한심한 인사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먹고 살만하게 된 지금 많은 가정에서는 자기 취향에 맞는 애완견을 기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기르는 애완견은 토종 똥개가 아니라 외국산으로 모두 훌륭한 혈통을 인정하는 족보가 딸린다. 이처럼 애완견에도 훌륭한 혈통을 자랑하는 족보가 있는데 하물며 훌륭한 가문의 역사와 조상의 업적을 기록한 족보를 자랑하는 것이 어찌 부끄럽고 고루한 생각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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