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위원 |
스마트 시대, 지식경제 시대의 농업도 유사한 논리로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충남은 농업도(道)다”에서, 진짜 '농업'의 실체는 뭔가. 노인만 남아 등골 휘어져라 일하는 그 농업인가. 즐겁기 때문에 그저 운동한다는 어느 컬링 선수처럼 자족하는 귀향인의 모습인가. 돈을 좇지 말고 열정을 좇아라, 집에서 잔소리해대며 상추와 고추를 가꿔 먹는 텃밭농사를 말함인가. 아니면 바이오농업 어쩌며 대통령이 미래산업으로 치켜세우는 거창한 그 농업?
이도저도 아니면 충남발전연구원에서 내놓은 '내발적 발전'의 신개념 농업이라도 되는가.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사회적 경제'(특집 충남리포트 제54호), 지속가능한 농어촌에 대해 생각하면 척박한 현실이 어른거려 머뭇거려진다. 탁월한 이론도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될 위험성은 상존하는 것이다.
사실 농업이 미래산업과 환경·건강산업이 될 가능성을 믿지만, 그러려면 농업 혁신 수준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 한 발 늦었다 싶으면 이렇게도 생각하자. 같은 열차라도 아슬아슬하게 놓쳤을수록 후회스럽다. 후회를 줄이는 방법은 있다. 신문을 읽으며 '다음 열차 기다리기'다. 가능세계의 미련이 아닌, 현실을 위한 선택의 기회는 있으며 대비만 잘하면 늦지 않다.
전직 지사와의 간담회 내용에는 어쨌든 대비책으로 쓸 만한 것들이 꽤 있다. 유기농 생산단지 조성(안응모), 인삼산업의 전략적 육성(한양수), 금산인삼엑스포 홍보대사에 역대 지사 임명(한양수), 구제역 농가 보상(심대평) 현안도 거론됐고,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주문(이동우)도 나왔다. 충남은 그러고 보면 FTA 발효 15년째부터 도내 농림어업 생산액이 해마다 1924억원씩 감소한다는 충발연 보고서가 틀리기만 느긋하게 기다릴 입장은 못 된다.
또한 내발적, 외향적이고를 떠나 이대로의 농업은 사양산업이다. 소위 3농(농민, 농어업, 농어촌) 혁신이라는 신중농주의를 연상시키는 발상은 경제 트렌드에 얼핏 맞지 않는 듯도 보인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나 식품산업의 잠재력에 연결하면 유망산업이 되는 것이다. '하늘에는 정보통신, 땅에는 생명산업'이라고 빌 게이츠도 그랬다. 다만 농업 부가가치가 토지의 자연력에 근거한다는 케네의 오류는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
조심하려 해도 물론 복잡하다. 이럴 땐 훈수 두는 쪽에서 수를 잘 읽는 법이다. '전직 충남지사들의 훈수' 재탕은 다분히 이 같은 의도에서다. 어떤 성장 패턴을 따르건 농업을 미래 생명산업으로 만들어 가치 창출을 하려면 오컴의 면도날처럼 단순하고 적은 수(數)의 논리가 더 유리할 수 있다. 과거의 충남지사들이 풀어놓은 아이디어, 이런 훈수라면 지사가 도시락 싸들고 찾아가서라도 자주 들어야 한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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