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헌선 대전동산초등 교감 |
오늘은 일요일이건만 '교직원 음악사랑 동호회' 선생님들로부터 악기 연주를 할 수 있게 음악연습실을 개방해 달라는 전화가 빗발친다. 하루라도 연주를 하지 않으시면 병이 날 것 같다고 한다.
우리 학교는 남쪽 담장을 경계로 경덕중학교, 경덕공업고등학교와 접해 있고, 동쪽과 북쪽 담장을 경계로 대전신학대학교와 한남대학교사회교육원이 접해 있다. 우리 학교의 병설유치원까지 포함한다면 담장 하나를 경계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사회교육원이 교육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학교는 사방이 학교들로 둘러싸여 있어 학교에서 발생되는 소음에 대해 민원이 없다. 이런 장점을 백분 활용하여, 대학 시절 그룹사운드 활동 경험이 있는 필자가 교장 선생님께 우리 학교에서 동호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김준호 교장 선생님께서는 좋은 일이라며 기꺼이 승낙해 주셨다.
이렇게 하여 지난해 7월에 TJB 교향악단 김홍구 단무장을 강사로 초빙하여 '교직원 색소폰 동호회'를 조직하였다. 올해에는 선생님들이 드럼과 클라리넷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아예 동호회 명칭도 '교직원 음악사랑 동호회'로 바꾸었다. 현재는 테너색소폰, 알토색소폰, 클라리넷, 드럼 네 파트로 나누어 활동 중이다. 평소엔 오후 5시가 되면 우리 학교에 모여 분야별 연습을 한다.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되어 오후 6시까지 비지땀을 흘려가며 특기 계발에 열정을 쏟고 있다. 보통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계속되는 연습은 배고픔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활동을 한다.
2층 드럼실에서는 드럼을 좋아하는 여자 선생님들이 경쾌한 드럼 리듬으로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를 훨훨 날려 보내고 있다. 특히 대학 시절 그룹사운드 활동을 했다는 대전원평초등학교 김 선생님의 연주 실력은 당장 무대에 올라가도 될 정도다.
1층 색소폰 연습실과 클라리넷 연습실에서는 선생님들의 기호에 맞는 장르의 음악이 쏟아져 나온다. 연습실에 들어가 보지 않아도 누가 연주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섬마을선생님'이나 '동백아가씨'같이 흘러간 노래는 최홍규 교장 선생님과 강명구 교감 선생님의 솜씨다. '리멘시타'나 '하나바길라' 같은 외국곡은 장항래 교감 선생님 연주곡이고, '가고파'나 '선구자'는 김은희 선생님 연주곡이다. '그 겨울의 찻집'이나 제빵왕 김탁구에 나오는 '그 사람'처럼 가벼운 대중가요는 전선희 원감님의 솜씨다.
색소폰과 클라리넷의 관을 통해서 쏟아져 나오는 아름다운 멜로디는 하루 동안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엔도르핀으로 바꾸어 놓는데 조금의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동호회 활동을 하며 평생교육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된다. 60세를 목전에 둔 교장, 교감 선생님들은 색소폰을 비롯하여 클라리넷과 드럼을 처음 접하면서도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열정으로 지금은 어느 정도 자신 있는 연주 솜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동호회원들의 연주 솜씨를 보신 교장 선생님께서 지역사회교육의 일환으로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색소폰 교실을 운영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다. 그래서 9월부터는 지역사회교육 차원에서 학부모와 학교주변의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색소폰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비영리적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주민들에게 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익히게 한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가슴이 벅차오른다. 지역주민들에게 자아실현의 기쁨과 더불어 질 높은 삶을 영위하게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니 방학을 기다리는 아이들처럼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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