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경청의 자세로 지혜 모아야
▲ 박종명 사건법조팀장·부국장 |
민선 5기 1주년을 맞아 대전발전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7.6%가 다른 도시에 비해 대전이 살기 좋다고 답했다. 시민들은 다른 도시에 비해 대전이 쾌적성, 교통체계 그리고 물가·교육·의료 등에서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대전은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해 전국 어디로나 갈 수 있는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며, 3대 하천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대한민국 과학의 요람이며, 도심 한복판에서는 온천이 솟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인근 행정도시에 이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 지정돼 제2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이런 '살기 좋은 도시'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요즘 논란을 빚고 있는 도시철도 2호선은 슬기롭게 해결돼야 할 과제다.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논의 끝에 합리적인 방향으로 추진될 경우 '살기 좋은 도시'를 이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대전시는 귀 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대전시는 현재 도시철도 2호선을 순환선에 자기부상 열차 방식으로 건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도시철도는 ㎞당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건설비용 때문에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는 국비 지원 여부를 가늠하는 첫 관문이다. 비용 대비 편익, 즉 경제성 확보는 그런 점에서 시민 모두의 기대를 반영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시가 과학도시라는 도시 이미지에 부합되고 정부가 권장한다는 점에서 자기부상열차를 교통수단으로 채택한 것은 첫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150만 대전시민의 미래 교통수단으로 채택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교통수단으로서의 안전성이다. 하루에도 수백번을 왕래하며 수많은 시민을 싣고 달려야 하는점을 감안할 때 안전성 확보는 물론 들쭉날쭉하지 않는 시스템의 안정성은 더없이 중요한 고려 요소다.
자기부상열차 채택 시 고가 구조물 설치가 불가피해 도시 경관을 심각하게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자기부상열차를 채택한 다른 지역이 도심 통과 부분이 일부분에 그친 것과는 달리 대전은 대부분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계획이어서 이대로 추진될 경우 그 폐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문제는 대전시민의 미래 삶의 질을 좌우할 것이란 점에서 중차대한 과제다. 어느 지역 시민이 더 많은 혜택을 받고 덜 받고의 당장의 시민 편익 문제에 그치지 않고 150만 대전시민의 삶의 공간, 미래 후손들이 숨쉬고 살아갈 공간이 크게 훼손될 수도 있다는 인식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자면 돌다리도 두드리고 가는 심정으로 먼 미래를 보고 보다 큰 시야에서 서두르지 않고 꼼꼼히 챙기고 따져 추진할 일이다. 떠올리는 일조차 끔찍한 일이 되겠지만 절대로 도심 속 흉측한 교통수단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도시철도 2호선 논란은 대전의 총 역량이 결집된 가운데 추진돼야 마땅하다. 염홍철 대전시장과 김창수 국회의원이 합의한 범시민적 논의를 위한 민관정 도시철도건설 추진위원회는 여야를 떠나 정치권은 물론 전문가 집단이 망라돼 대전의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명실상부한 협의체가 돼야 한다. 대전을 잘 알고 있는 역대 대전시장의 고견(高見)은 물론 이미 자기부상열차를 도입한 국내·외 사례에 이르기까지 지혜를 모두 모아야 한다.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해 할 것이 아니라 대전의 미래 얼굴을 좌우할 역사(役事)라는 인식 아래 150만 대전시민의 폭넓은 공감대를 얻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대전시의 열린 자세,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경청(傾聽)의 자세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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