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은 우리 고유 악기 가운데 하나다. 풍물의 대표 악기일 뿐만 아니라 꽹과리, 장구, 북과 함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사물놀이의 대표악기다. 징 소리의 특성은 모든 소리를 머금기도 하고 내뱉기도 하면서 교묘하게 모든 소리와 조화를 이끌어 낸다는데 있다.
다른 악기들은 장단과 고저를 갖고 있지만 징은 통합음을 이끌어 낸다. 다른 악기들의 장단과 고저가 불협화음을 낸다 할지라도 징소리에 들어오면 화음으로 바뀌게 된다. 징소리가 다른 악기 소리의 장단과 고저에 스며들어 바탕음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소리들이 자연스런 소리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징소리는 소리의 어머니이고 모든 것을 곰삭여 내는 어머니의 품이다.
이러한 징소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바로 징을 만드는 질좋은 방짜 놋쇠 합금과 장인의 손끝에서 빚어진다. 질좋은 방짜 놋쇠는 구리 78%, 주석 22%로 만들어진 우리 겨레 고유의 합금이다. 이 비율을 정확히 맞춘 방짜 놋쇠를 녹여서 바둑알처럼 만든 '바둑'을 만든다.
이 바둑을 특수하게 만든 망치로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징의 모습을 만든다. 이 과정은 대단히 정교하고 힘든 일이다. 우리 겨레과학기술 가운데서도 극한 직업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중공업이다. 불에 달궈진 상태에 따라 두드림과 담금질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밝은 대낮에는 할 수가 없고 어두운 밤에 작은 호롱불과 화덕불에 의존하여 작업하는 대단히 지난한 일이다.
바깥쪽에서 두드려 안으로 우그렸다가(우김질) 안쪽에서 두드려 밖으로 내피고(내핌질), 바닥을 두드려 넓히면서(닥침질) 징의 꼴을 다듬어 간다. 이렇게 두드리는 가운데 방짜놋쇠합금은 고르게 잘 섞이고 질겨진다. 마지막으로 담금질을 해야 하는데 신비스럽게도 담금질하기 전에는 살짝만 망치로 쳐도 깨지는 징이 담금질을 하고 나면 아무리 쳐도 깨지지 않고 맑고 고운 소리를 낸다.
이 마지막 담금질 하는 순간이 가장 긴장된 순간이다. 화덕에서 징을 불에 달굴 때 달궈진 붉은 빗깔을 보고 담금질하는 순간을 놓치면 녹아내리고 만다. 이처럼 여러 장인들이 자기 몫과 역할을 다해 만들어진 징의 소리는 바로 포용과 화합의 소리로 거듭 태어난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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