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시대 맞춰 단과대 축소… 다양한 인재양성에 온 힘”

“융·복합시대 맞춰 단과대 축소… 다양한 인재양성에 온 힘”

취임 100일 맞는 김영호 배재대 총장

  • 승인 2011-07-05 14:12
  • 신문게재 2011-07-06 10면
  • 이영록 기자이영록 기자
전공 간의 벽 낮춰 여러 학문분야 접할 수 있도록…
학생감소 문제, 유학생유치·실버교육서 해법 찾아야
어떤 환경서도 지속 성장 '자율생태대학' 육성이 목표


▲ 김영호 배재대 총장
▲ 김영호 배재대 총장
“전문분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가 섞이는 융·복합의 시대 흐름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고, 그 방향으로 대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배재대의 경쟁력을 높이겠습니다.” 지난 3월 8일 취임한 김영호 배재대 제6대 총장(58·사진)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유해 보이지만 신속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겸비했다.

김 총장이 취임과 동시에 구성원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란 예상에도 불구하고 학과 폐과 등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취임 100일을 즈음해 김 총장을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와 장기적인 대학 발전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 100일을 맞은 소감은.

▲당선된 후 처음에는 신나서 돌아다녔다. 여기저기서 총장의 자리는 영광보다는 고뇌와 고통의 자리라고 이야기를 해줬는데 이제 실감이 난다. 학교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최근 단과대학 축소 등 학제개편을 단행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근대는 분화의 시대로 전문 산업인력을 배출해야 한다. 교육시스템도 거기에 맞췄고, 대학도 백화점식의 전공 나열 형태로 운영됐다. 하지만 21세기는 융·복합 시대로 대학 역시 학생들에게 전공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번에 단과대학을 9개에서 5개로 축소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인접 영역학문을 묶어 전공간의 벽을 의도적으로 낮춰 학생과 교수 모두 융·복합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단과대학 명칭에 김소월, 주시경, 서재필 등 사람 이름을 사용한 것도 이들이 모두 배재학당 출신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대학을 홍보하기 위한 전략도 숨어 있다. 일종의 역발상으로 정착을 위해서 입시요강에 별도로 기존학과를 함께 적겠다. 성적보다는 인성이 중요시되는 사회 분위기인 만큼 해당 학과 졸업장으로 취직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폐과된 칠예과가 반발하는 등 어려움도 있는데 잘 마무리되고 있는가.

▲큰 무리 없이 잘 마무리돼가고 있다. 재학생들이 해당 학과로 졸업할 수 있도록 비정년 트랙 전임교수를 곧 채용할 예정이다. 공예 관련 단체에 좋은 교수님들이 지원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을 해놓았다. 학과 폐지로 정년을 채우지 못하지만 적정한 대우를 통해 우수한 교수를 뽑겠다. 이번 뿐만 아니라 매년 각 학과를 엄밀하게 평가해 추가로 학과 폐지와 신설을 검토하겠다. 각 학과 구성원들의 분발을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폐과 교수님들은 교양과목을 맡아 강의를 할 수 있어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

-최근 고액 등록금으로 대학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데 개인적인 견해는.

▲등록금 논의는 잘 됐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언론보도가 감정적인 것이 많았으나 차츰 이성적으로 접근, 대학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학 구성원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교육시스템이 바뀌는데다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하면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경쟁력 없는 대학은 당연히 없어져야 하지만 등록금 논의가 정치인들의 표심 얻기 장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배재대도 아직 특별한 대책은 없으나 중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이 넉넉한 살림 속에 입학자원도 풍부한 수도권 대학만 배를 불려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방 사립대에도 적정한 분배가 있어야 한다.

-총장으로서 학생 교육에 있어 추구하는 것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능력 있는 시민을 배출하는 것이다. 경제적 능력을 포함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 남을 배려하고 가까운 이웃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까지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고 싶다. 다양한 능력과 소양을 키워줘 어떠한 환경에서도 자립할 수 있는 시민으로 키우고 싶다.

-입학자원 감소로 향후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장기적인 발전방안은.

▲앞서 언급한 학제개편도 그 일환이고 앞으로 계속 증가할 국내 거주 외국인을 생각하면 그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단순 외국학생 유치가 아닌 양질의 외국 유학생을 유치해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한국을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이 신경을 쓸 2세들을 위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대학으로 다시 끌어들여야 한다. 실버교육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40대가 되면 다음 직장을 생각해야 하는 게 현실이고 앞으로 그런 추세가 가속화 될 것이다. 그들에 대한 재교육 등을 대학차원에서 마련해 줄어드는 입학자원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취업에 대한 대학차원의 지원은.

▲이제 대덕테크노밸리의 산학협력관이 완공된다. 70~80개 기업이 입주할 예정으로 대전지역 대학 중 최대 규모다. 입주 기업들이 원하는 현장 밀착형 교육을 제공해 취업으로 연결시키겠다. 대학에 다양한 취업관련 강좌를 개설할 예정이다. 캠퍼스 안의 교육보다 외부의 교육을 선호하는 것은 대학생도 마찬가지여서 최대한 학교에서 수용하되 굳이 외부 교육을 원한다면 그 비용을 보전해주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

-임기 동안 꼭 해놓고 싶은 일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자율생태대학 육성이 목표다. 자율보다는 타율적으로 움직이는 구성원들이 많아 이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학생과 교직원이 자율적으로 움직여 자력갱생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가진 대학으로 육성하고 싶다. 생태대학은 가만히 놓아두면 알아서 살아남는 생태계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생태계는 도태되는 종도 나오고 우월적인 종도 존재하면서 전체적으로 대내·외적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살아남는다. 자율과 생태계 개념을 적극 도입해 대학 구성원 모두가 자율적으로 움직여 강한 조직으로 커 갈 수 있도록 하겠다.

-지역민들과 대학 구성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지역 사회와 지역 대학은 떨어져 살 수 없다. 배재대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질책할 것은 질책해줬으면 한다. 학생들은 배움을, 교수들은 가르침을 게을리하지 않는 등 대학 구성원 모두가 각자 맡은 분야에서 죄를 짓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줬으면 한다.

/대담 =이승규 문화교육팀장ㆍ정리=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김영호 총장은 누구

김 총장은 고려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프랑크푸르트대, 트리어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했으며 트리어대에서 사회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배재대 교수로 부임한 뒤 총장비서실장, 기획홍보처장, 사회대학장 등 학내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또 대전여성발전기금관리위원, 대전규제개혁위원,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재정지원사업평가위원, 한국사회사학회 이사, 대전·충남사회연구회장, 한국지역사회학회 부회장, 한독사회학회장, '자랑스러운 대전인' 선정위원, 대전공익사업선정위원 등의 왕성한 활동도 펼쳤다. 저서로는 '현대사회의 구조와 변동 (공저)'(사회비평사), '현대사회를 진단한다 (공역)'(논형)가 있고, 논문으로는 '베버와 정다산의 관료상'(고려사회학논집), '기술위험의 사회학적 조명'(사회과학연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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