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시 직산읍 이덕순<사진 가운데>씨가 지난 1일 천안시청에서 김수열 주민생활지원 과장<오른쪽>에게 평생 모아 온 1000만원을 기부했다. |
두 눈이 보이지 않고 귀마저 제대로 들리지 않는 80대 홀로 사는 노인이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이웃을 위해 내놓아 주변에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천안시 직산읍 이덕순(83)씨는 지난 1일 천안시청을 방문, 사회공동체모금에 그동안 모아온 전 재산 1000만원을 기부했다.
이씨도 수입은 지난 50년간 주변의 온정과 정부가 지급하는 기초생활비가 전부다. 지금도 한 달에 40여만 원의 수급 비로 생활하고 있다.
이 노인도 한때는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하지만, 30대 초 목수 일을 하면서 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 나머지 눈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35살에 들어서던 해 모든 시력을 잃었다. 나이가 들면서 귀에도 문제가 생겨 현재 한쪽 귀의 청력을 잃었고 나머지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형편은 기울었고 가정은 풍비박산이 됐다. 유일한 혈육으로 마음을 의지하던 아들은 2008년 50대 초반으로 지병이 악화돼 이씨의 가슴속에 묻었다. 눈과 귀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모든 것을 홀로 해결하는 그의 삶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다.
넓이 30여㎡의 사는 집도 이씨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땅주인의 배려로 토지 사용료는 내지 않지만 사실상 무허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는 천안 노인복지관의 자원봉사자들이 이씨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밑반찬과 생활을 도와주고 있다.
이씨는 “아들이 죽고 상심이 너무 컸는데 이때 주위의 많은 도움이 나를 지탱해줬다”며 “노인복지관은 어디 아픈지 수시로 살펴줬고 밑반찬도 챙겨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2년 늦게 호적을 올린 이씨의 실제 나이는 85세다. 이씨는 생을 마감하기에 앞서 주변에 보답을 위해 자신의 '나눔'을 택했다. 난방비 등 최소한의 비용을 제외하고는 정부지원금을 남몰래 모았고 1000만원이 되자 이날 실천에 옮겼다.
이진우 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이씨는 남을 돕지 못하고 도움을 받는 삶을 부끄러워했고 '언제가 도움을 주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며 “결심을 실천에 옮기는 것을 도와주면서 존경심을 넘어 경외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천안=맹창호 기자 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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