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8시 6분께 시청역 지하1층 발권창구 옆 배전함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매캐한 연기가 역구내를 가득채웠고, 대피한 승객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작은 냉장고 크기의 에너지 저장장치와 이를 식히는 수냉식 냉각기 하단에서 시작된 화재는 불꽃이 보이는 정도는 아니었으나 전기배선을 녹이며 상당량의 연기를 만들어냈다.
배전함에 연기가 차오르자 감지센서가 자동으로 화재로 인식했고, 8시 8분께 화재경보와 함께 배전함에 설치된 이산화탄소(CO2) 자동분사장치가 작동했다. 화재신고를 접수한 대전소방본부는 곧바로 소방차를 출동시켜 현장에 도착해 진화에 나섰다.
서부소방서 손재칠 화재조사담당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산화탄소 분사장치에 의해 진화된 상태였고, 전기시설 일부가 열에 녹아 있었다”고 전했다.
화재 진화 및 확인과정에서 이모(37) 소방장이 공기흡입기 틈으로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곧바로 회복했다.
사고당시 시청역 CCTV를 보면 8시 8분쯤 화재경보가 울리면서 조명이 30초 꺼졌다 복구됐고, 역무원들이 발권창구 안으로 더 이상 승객이 입장할 수 없도록 통제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하지만, 같은 시간 도시철도는 여전히 시청역사에 8차례 정차해 승객을 하차시켰고, 승객들이 승강장에 내려 대합실에 뭉쳤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승객 오모(38)씨는 “20분쯤 시청역 승강장에 내릴 때 침착히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은 나오고 있었고 매캐한 냄새와 연기가 보였다”며 “지하철 내에서 안내방송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오전 8시 36분부터 42분까지 판암행 2대와 같은 시각 반석행 1대를 각각 시청역을 무정차 통과하도록 했다. 경찰과 소방은 현장 감식을 벌이며 화재원인을 찾고 있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화재감지는 상황실에 곧바로 전달돼 이를 확인하고 현장조치를 취하는 선조치가 이뤄진 후 무정차운행이 이뤄졌다”며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위험할 수 있어 무정차가 이뤄진 것으로 경보 예비단계였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