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록 문화교육팀 차장 |
얼마 전 경기도 한 사립대학의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내용이 파문을 일으켰다. 설립자의 아들과 부인이 총장과 이사장을 번갈아 맡으면서 등록금이 주요 재원인 교비를 제 돈 쓰듯 한 것이다. 설립자의 묘지나 선산을 정비하는데에도 교비를 사용했다. 일부 직원은 법인카드로 자신의 생활용품까지 샀다. 다른 관계자는 룸살롱까지 드나들기도 했다.
한 때는 상아탑, 지성의 전당으로 불리면서 고등 교육기관으로서의 명성과 역할에 충실했지만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대 또한 많게는 수백억원 이상 쌓아놓고 있다. 등록금으로 학교의 외형 키우기에만 급급한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란 해명은 구차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대학을 설립해 놓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등골을 빼 곳간을 채운 격이 됐다.
당초 설립의 취지는 온데 간데 찾아볼 수조차 없다. 반값 등록금을 소망하는 대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절규는 메아리처럼 맴돌고 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학업을 포기하는 웃지 못할 일도 비일비재하다. 아들, 딸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굽어진 부모의 허리는 언제 곧게 펴질지 기약이 없다.
정치권에서는 연일 반값 등록금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순수하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나머지 표를 의식한 현실 불가능한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교육과학기술부를 넘어 감사원까지 투입해 대학들의 초고강도 감사를 예고하고 있다. 지역 대학들은 타깃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소위 '걸리면 아웃'이란 의식이 팽배해 있다.
정부는 어떻게든지 타깃, 즉 희생양을 만들 태세다. 물론 부실한 대학은 당연히 퇴출당해야 마땅하다. 아니 진즉에 퇴출당했어야 한다.
하지만 퇴출 과정에서 억울한 사연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힘 없고, 돈 없어 억울한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억울한 퇴출이나 부실한 대학에서 억울하게 퇴출당해야만 하는 교직원, 학생 모두 말이다.
/이영록·문화교육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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