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금을 지키자?

▲ 오재연 천안

요즘 천안지역 공무원들 사이에 '연금을 지키자'라는 신조어가 파생되고 있다.

천안시공무원을 시작으로 타 기관에까지 파급되는 분위기다.

자칫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들에게 연금사수의 긴박함을 가늠해볼만하다. 역설적으로 연금을 날리는 덫에 걸리지 말라는 표현으로 해석 될 수도 있다.

공무원은 만 33년간 매월 급여에서 일정금액의 연금을 불입하면 연금수혜자가 되고 정년퇴임 후 직급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평생 매월 200만원이 넘는 연금을 타게 된다.

하지만 형사소추로 법원에서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연금의 2분의 1밖에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천안시공무원들이 이처럼 연금에 대한 집착을 갖게 된 배경에는 주변동료들이 뇌물수수 등으로 잇따라 법정에 서게 되면서다. 실형과 같은 중형을 받아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 사이에 떠도는 '연금대상이 되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는 말에서도 그들의 심내를 엿볼 수 있다.

시민의 공복보다는 자신의 사리사욕부터 챙기자는 발상으로 들리기도 한다. 개중에는 사직당국의 강도 높은 수사와 외부에서 바라보는 따가운 눈총을 원망하는 부류도 있다. 그래서 '잘못해서 처벌 받느니 일 하지 않는게 상책이다'라는 보신주의를 부추긴다.

수사나 감찰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일을 더 하지 않는 게 공무원의 생리다. 이는 결국 민원인이나 시민들에게 불편과 불이익을 초래하고 지역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제는 채찍보다 당근이 필요한 때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연금을 지키는 것보다 천안을 지킬 수 있는 사명을 갖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