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인간의 위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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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인간의 위대성

[금요논단]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승인 2011-06-30 14:28
  • 신문게재 2011-07-01 20면
  •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집착 버리는 길' 걸으신 법정 스님
그 뜻 닮아가는 경제·정치인 많아야

▲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법정 스님의 의자'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인간의 진정한 위대함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성취하는 것, 이루는 것을 인간의 위대한 점으로 여겨왔다. 역사적으로 돌이켜 보아도 로마대제국을 이룬 것, 대당을 세운 것, 르네상스, 근대시민혁명 등 인류의 역사는 바로 성취하고 이룸에 기본 가치를 두고 왔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인류의 발전이라는 이름하에 앞으로만 전진하고 있는 것이 우리 인간들인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 반대로 버리고, 비우고 내려놓는 것, 심지어 뒤로 물러나려 한다면 이러한 행위는 우리 인간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법정 스님은 바로 이 문제를 우리에게 던져주었고 그리고 홀연히 떠나갔다. 원래 인간은 생명체로 태어났기 때문에 생명을 키우기 위한 노력, 즉 경쟁에서의 승리, 존재의 확장 등 적자생존의 원리 속에 생명체는 보다 더 강해지고 보다 커지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그리고 보다 많은 것을 가지려는 것, 그리고 인류의 경제발전, 인간의 수명의 연장을 위한 노력도 당연히 인간 본능에서 오는 것이며 따라서 이를 부인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적인 기준으로 보았을 때에 법정 스님은 어떤 사람으로 평가해야 할까? 모든 것은 내려놓으려고 했던 그 분이 오늘날의 이 시대에 있어서 정말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누구나 다 갖고 싶은 것은 거부하는 것, 누구나 다 보고 싶어하는 것에 고개를 돌리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버림과 내려놓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조금 엉뚱한 소리인지 모르지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선진국에서 육류 소비를 3분의 1정도만 줄여도 대부분 최빈국의 기본적인 식량이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잘 배분만 된다면 우리 인류가 생산한 생산물로 온 인류가 함께 잘 먹고 살 수 있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 4억이라는 인류가 기아선상에서 굶주림에 시달려야 하는 것일까?

법정 스님의 드라마 속에 '난'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 가져다 준 난을 정성스레 키우던 법정 스님이 더운 여름 어느 날 마침 비가 와서 비를 맞추기 위해 난을 집 밖으로 내다놓고는 볼 일 때문에 집을 떠나게 되었다. 그런데 법정스님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비가 그치고 따가운 햇살이 들면서 난이 그만 시들어 버린 것이다. 법정 스님도 밖으로 나갔다가 따가운 햇살이 드는 것을 보고 난이 걱정되어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난이 시들어 죽어있었다. 바로 그 순간 스님은 깊은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인간의 고통과 슬픔이 바로 이러한 작은 집착으로 시작됨을 말이다. 이것은 또한 바로 인간이 무엇인가를 소유하는 것으로부터 이러한 집착이 시작된다는 사실과 그 집착이야말로 인간 고뇌의 뿌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내려놓고 버리는 것, 이것이 바로 인간의 고뇌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신 것이다.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면 법정스님의 깨달음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식에 대한 집착, 돈에 대한 집착, 좋은 물건에 대한 집착, 그리고 이 모든 집착이 인간에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지 우리 자신들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사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행위가 바로 어떤 것을 소유하려는 것, 어떤 것을 이루려는 것, 그래서 소유와 이룸에 집착이 생기고 스스로 집착으로부터 오는 고통을 짊어지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인 것이다.

법정 스님의 이야기로부터 불현듯 떠올랐던 것은 '우리 주위에는 왜 법정 스님을 닮으려는 사람이 없는 것일까' 였다. 이처럼 비움의 위대함을 안다면 사람들은 그 비움을 배우고 닮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아무도 법정 스님을 닮으려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법정 스님의 그 의미를 100분의 1만이라도 닮으려는 정치인, 경제인들이 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우리 사회가 이다지도 혼란스럽고 절망적이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이 지구상에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일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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