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상쇠- 풍물의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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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상쇠- 풍물의 지휘자

  • 승인 2011-06-28 14:09
  • 신문게재 2011-06-29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우리 겨레가 농사를 짓고 사는 바탕에는 공동체를 이끌어 온 여러 가지 슬기로운 장치들이 있었다. 항간에 '무엇인가 안되면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짓지'하는 말이 있지만 실제 농사일을 해 본 사람이라면 농사일이라는게 아무렇게나 이야기 하듯이 그렇게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 많은 일손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남의 일을 내일처럼 생각하지 않고 서로 돕지 않는다면 농사일은 할 수가 없다.

그만큼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협동과 협력을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농사일을 바탕으로 공동체 의식이 싹텄다. 그 가운데서도 농사일의 어려움이나 그속에 담긴 즐거움을 극복하거나 표출하기 위하여 탄생한 것이 풍물이고 춤과 노래다. 지금은 산업화, 정보화시대를 넘어 스마트(Smart) 시대를 맞이 하고 있어 이러한 농사일 속에 담긴 애환과 낭만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켠에서는 그 사라져가는 맥을 지켜가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마을에 마을회관을 새로 짓거나, 큰 잔치가 벌어지면 마을에서 제일 먼저 갖추어 놓는 것이 마을을 상징하는 농기와 풍물이었다. 농기에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써 있었다. 풍물은 북, 장구, 징, 꽹과리, 소고, 상모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마을 사람중에는 징이면 징, 북이면 북, 상모면 상모를 잘 다루는 달인들이 있었고 어른의 어깨위에 올라 춤을 덩실덩실 추는 어린아이 무동(舞童)도 있었다. 이들을 풍물패라 하였는데 이 풍물패를 이끄는 상쇠가 있었다. 상쇠는 바로 총연출자이자 지휘자였다. 아무나 상쇠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북이면 북, 장구면 장구, 징이면 징 모든 풍물들의 달인이 마지막에 잡는 것이 바로 꽹과리였다. 이 꽹과리는 지금의 지휘봉이나 다름 없었다. 이 상쇠의 지휘 아래 일정한 체계와 질서를 갖추고 공동체 사회를 이끌어 갔다. 이 상쇠는 유전적인 성격이 강하여 아버지 상쇠를 아들 상쇠가 이어 받는 경우가 많았다. 상쇠도 핏줄은 속이지 못하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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