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완표]공감(共感)의 시대가 삶을 이어가게 한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홍완표]공감(共感)의 시대가 삶을 이어가게 한다

[수요광장]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 회장

  • 승인 2011-06-28 14:09
  • 신문게재 2011-06-29 21면
  • 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 회장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 회장
▲ 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 회장
▲ 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 회장
OECD 자살률 1위. 2003년부터 우리나라가 연속해서 얻고 있는 불명예의 자리다. 정부와 각 사회단체에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이렇듯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의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 시대의 현상을 먼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쉬는 날이면 가끔 도서관 나들이를 가곤 한다.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과 그동안 보고 싶었던 책들의 향기에 취해 자신을 반성하고 채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IMF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하나의 우려스러운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주식, 부동산, 경매에 관련된 책들에는 손때가 가득 묻어있어서 너덜너덜해져 있는 상태가 되면서도 인문교양 관련 책들은 일부 베스트셀러들을 제외하고는 너무도 깨끗하여 선명한 대조를 이루게 되었다.

물론 재테크에 관련된 책들을 본다고 해서 이를 나쁘게만 볼 수는 없겠지만, 그 주된 관심사가 단기간에 한몫 단단히 벌어들이려는 투기적 요소를 근원으로 한다는 점에서 무조건 좋다고만 볼 수도 없거니와 잠시 잠깐의 현상으로 가볍게 보아 넘길 문제가 아닌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금전적 성공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가정과 교육 그리고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그에 맞춰 돌아가는 형편이 되었다. 맹자는 “무엇을 가지고 이롭게 할 것이냐?”는 양혜왕의 질문에 “서로의 이익만을 위해 다투게 되면 나라가 위태롭게 되며, 빼앗지 않고서는 만족하지 않게 된다”는 답을 한바 있다. 그 답과 같은 이러한 현상 아래에서 우리들은 공동체로서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과 스스로를 완성시켜 나가야 하는 의미를 찾기 보다는 수치로서 계량화되고 평가받으며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항상 긴장과 초조함에 휩싸여 있어야 하는것이 바로 자살률 1위를 불러오는 우리시대의 현주소다.

이러한 현상은 남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불감(感)의 시대를 불러오며 실패와 외로움의 끝에 오는 공허함을 채울 수 없게 하였다. 공허를 채우지 못하는 상실감은 자신을 급격하게 무너뜨리고, 불감의 마음은 다른 이를 무너뜨리게 되는 이유가 된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자살 사이트에서 만나 동반 자살하는 이유도 공허함에 무너진 마음과 남들이 들어주지 않는 아픔을 그 순간만큼은 그들만의 공감(共感)으로 나눌 수 있기에 그러할 것이다.

물욕과 불감이 지배하는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벗어던지기 위해서는 인성(人性)을 살리고 서로의 아픔에 귀 기울여 주는 공감의 새로운 현상의 바람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공감은 질책과 독려보다는 마음의 근본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며 그 짐을 함께 나누어 가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작은 교감 하나는 삶의 끈을 놓으려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큰 힘이 되어준다.

『논어(語)』 '자한(子罕)'편에는 공자께서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며 “가는 것이 이 물과 같구나. 밤낮으로 쉬지 않는도다.(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라고 하였다. 공자께서는 30여 년 동안 천하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제후들을 만나 자신의 뜻을 실현해 보려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못한 고단한 삶을 사셨다. 그러한 가운데에서 무심히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며 삶의 무상함을 탄식하신 것인지 아니면 물과 같이 쉬지 않고 학문에 정진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공자의 삶은 언제나 고이지 아니하고 흐르는 물처럼 잠시도 배우고 익히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셨다.

지금도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고한다. 일찍 죽으려 하지 마라. 사람이 태어나는 것을 천명(天命)이라 하였다. 우리 개개인은 조물주의 신묘함과 부모의 정성으로 태어나기에 그렇다. 하늘이 주신 목숨 스스로 마감하지 않아도 생로병사에 의하여 또는 사고에 의하여 결국은 종착역인 죽음에 이르게 되어 있다. 힘들고 외로울 때면 그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함께 나누고 즐기는 공감의 시대를 만들어보자. 성상근습상원(性相近習相遠)이라 하여 천성은 원래 큰 차이가 없으나, 습관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긴다고 하였다. 즐기다보면 세상의 이치와 지나간 날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우리가 공자와 같이 될 수는 없을지라도 고단함 속에서도 배움의 여유를 잃지 않으셨던 공자의 마음으로 살아갈 수는 있지 않겠는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