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정자 천안성정중 교사 |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자꾸 달라진다. 초임 교사시절에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 많은 걸 배우고 익히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 속에서 살았는데… 올해 환경부 업무를 맡으면서 또 다른 시선으로 학교 구석구석을 보게 되었다.
학년부 일을 맡을 때에는 아이들의 복장, 생활태도가 주로 보였는데… 지금은 학교 먼지, 색깔, 그리고 아이들 표정이 먼저 보인다. 이 학교에 부임하면서 새로운 눈으로 쳐다보게 된 건물 안과 밖. '이 넓고 높은 공간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의미 없이 서 있는 기둥과 벽들, 그리고 산만한 낙서들….
올해 부임하여 곳곳의 낙서를 지우면서 어떻게 하면 낙서를 작품화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동료 미술 선생님과 벽화제작을 하기로 했다. 건물 계단에 설치된 방화문과,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7개의 기둥에 벽화를 그리기로 했다. 방화문에는 명화 따라 그리기, 기둥에는 아이들의 소망을 담고 꿈을 그릴 수 있는 '소망의 기둥'으로 결정했다. 교사와 학생으로 이루어진 벽화그리기 제작팀을 만들고, 계획을 세웠다. 지금은 다 같이 아침, 점심,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하여 제작중이다.
개미가 걸어가듯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 전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하는 아이들과 그걸 쳐다보는 아이들 모두의 얼굴에 밝은 햇살이 가득 넘쳐흐른다. 그곳이 완성되면 작은 공연장으로 꾸밀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 학교는 음악영재 학급이 있고 고운 목소리를 가진 합창부가 있고 날마다 해금소리, 북소리 울리는 국악부가 있다. 그리고 개개인의 특기를 자랑하는 많은 아이들의 목소리와 악기 소리들….
벽화를 무대로 연주하는 아이들. 그리고 오가며 거기에 귀를 기울이며 쳐다보는 아이들…. 언젠가는 몽마르트 거리 부럽지 않은 멋있는 장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학생들이 지나가면서 한마디 씩 한다.
“선생님 우리학교가 우리학교 같지가 않아요.”
우리학교는 등나무가 너무나 멋스럽다. 20여 년전 개교하면서 누군가가 심어놓은 것을 요즘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꽃과 날마다 달라지는 나뭇잎들, 그리고 멋있는 그늘이 하루 종일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청소시간에 아이들과 등나무 밑 스탠드에 물청소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떤 공간이든, 사람이든 쳐다보는 사람의 사랑과 관심이 있어야 그 실체가 보인다고… 그 아름다운 공간이 언젠가는 멋있는 그림으로, 멋있는 쉼터로 바뀔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학교 환경이란 것이 사람들 생각 속에는 깨끗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이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이다.
세상은 온갖 상상도 못할 색깔들로 넘쳐나는데 아직도 학교는 너무나 단조롭다.
앞으로의 세상은 '디자인 전쟁'이라고 하는데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학교환경, 아이들 시선이 닿는 곳마다 행복한 색깔들이 늘 거기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이들 마음이 꽃처럼 피어나고 하늘처럼 높아졌으면 좋겠다.
학교화단을 아주 아름답게 가꾸고 싶다. 어릴 적에 집으로 들어가는 긴 골목길이 언제나 사시사철 꽃으로 덮였었다. 꽃들이 언제나 나를 반겨 준건 쉬지 않고 움직이신 어머니의 손길이었다는 걸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알았다. 지금도 그 꽃들이 내 마음속에 피어 있다.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그런 꽃밭을 만들어 주고 싶다. 그 꽃의 향기와 색깔들이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 아이들에게 삶의 향기를 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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