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봉]몰락하는 대전의 원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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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봉]몰락하는 대전의 원도심

[시사에세이]유제봉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 승인 2011-06-27 15:32
  • 신문게재 2011-06-28 20면
  • 유제봉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유제봉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 유제봉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 유제봉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대전의 원도심이 몰락하고 있다. 다른 광역시에 비해 특이한 현상이다. 십 수 년 전만해도 이른바 대전의 명동이라 일컬어지는 지금의 중앙로 일대인 은행동, 선화동, 대흥동은 대단했던 곳이다. “대흥동에서 있는 체 하지 말고 선화동에서 난 체 하지 말라”는 빙자 섞인 말들이 회자되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옛 명성을 날렸던 중심가를 보자. 극히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도시로서의 기능이 급속도로 퇴화되고 있지 않은가. 이 시점에서 대전을 만들고 이끌어가는 지자체장의 눈에는 과연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 것일까. 물론 많은 어려움들이 있겠지만, 그들이야 말로 신도시에 위치한 멋진 현대식건물에 안주하고 있어서 혹시 원도심의 낙후 증에 걸린 시민들의 한숨소리쯤은 듣지 못하는 불감증에 걸려있는 것은 아닐까.

몰락의 현장인 주민센터의 경우, 과거 선화동엔 3개동이 존재해 있었다. 지금은 선화동을 하나로 묶었고, 그것도 모자라서 은행동까지 흡수해 은행선화동 주민센터로 통합해 놓았다. 원도심의 몰락을 단적으로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더욱이 앞 다투어 신도시 행으로 빠져나간 원 도심 몰락의 주범격인 각 기관들이야 그렇다고 치자. 그나마 남아있는 상가들조차도 메이커 취급점들은 모두 신흥 발전지역으로 눈을 돌려 옮겨가버리고 그 자리엔 혹 메이커라 할지라도 한물 간 상품들의 할인 매장으로 둔갑해 버려 구매심리를 위축하고 있다. 생존력을 가지고 점포를 아무리 치장해 보았자 고객들로 하여금 이미 평가절하 해버린 상권은 부유층 고객을 유치하기엔 역부족인 듯 싶다.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중앙시장과 지하상가다. 특히 지하상가는 우리 10대 젊은 층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구미에 맞는 상품들로 가득해 활기차다. 아직은 지하 상권이 조성되어있지 않은 신도시와 대응되는 원 도심으로서의 장점을 지니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유감스러운 점은 시장에서 손꼽히는 메이커 상품들을 눈여겨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 원인이야 한마디로 생활수준의 영향 탓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신도시 주민들과의 차별화가 대표적인 원인일 것이다. 가진 자 그룹들이 모두 신도시로 빠져나갔기 때문에 상권의 흐름이 고객들의 호주머니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해 버린 것이다.

원도심의 내로라하는 빌딩들의 실태를 보자. 과거 금싸라기 땅이었던 중앙로 최고의 번화가엔 아직도 짓다만 고층빌딩이 버려진 채 흉물로 남아있는가 하면, 중심가에 위치한 빼어난 명품빌딩 S생명도 속빈 강정처럼 되었다니 원도심의 몰락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불과 십 수 년 사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지난 과거 전성기를 누렸던 빌딩들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외벽에 걸려있는 큼직한 '임대'광고 플래카드 만이 나부껴 지나는 행인들로 하여금 을씨년스러움을 느끼게 해 '중앙로'로서의 입지가 무색할 정도다.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재개발 정책이다. 이 문제도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는 몰라도 언제쯤이나 실현될 것인지 예측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기능을 잃은 건축물이나 개인 주택들이 헐리고 그 자리엔 앞 다투어 거의 다가구 주택들로 채워지고 있다. 재개발정책에 찬 물을 끼얹는 격이다. 한때 낙후되었던 변두리지역엔 고층아파들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는 반면, 접근성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편리한 원도심은 낙후되는 신세로 전락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원도심의 발전모색은 요원한 것인가. 아직 기회는 있다고 본다. 여러 가지 방안들이 있겠지만 앞에서도 언급한바있는 재개발정책의 시행을 앞당겨주는 일이다. 그리고 신규기관을 유치하는 경우 원도심지역에 우선권을 주는 한편, 관·민이 협력해서 대형빌딩들의 공실률을 줄여나가는 일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원도심에 위치하고 있는 도청 청사의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만약에 이 건축물이 신도시에 위치해있었다면 벌써 활용계획이 수립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원도심의 개발정책은 버려진 것일까, 아니면 포기해버린 것일까. 충남도청이 2012년 말에 이전할 계획이라지만, 곧 비워질 청사를 놓고 아직도 적절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했다면 너무나 유감스런 일이다. 청사 바로 앞에는 지역민을 대변하는 모 국회의원의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다. 코앞에 있는 청사를 쳐다보며 과연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그의 고민스런 마음은 헤아려 볼 수 없지만, 어떤 면에서 원도심발전의 성패가 달려있을 수도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놓치지 말고 국가100년 대계 차원에서 거시적인 안목으로 원도심 시민들의 숙원사업인 도청청사의 활용방안 만큼은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끌어내 점점 볼썽사납게 퇴화해가는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어 원도심도 살고, 궁극적으로는 균형 잡힌 대전의 참모습으로 재탄생시켜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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