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
도시 내에서 도시철도가 있다면 그 자체로 도시의 품격이 향상되는 것은 사실인데, 문제는 돈이다. 대전시의 재정은 한정되어 있고, 이를 사용할 곳은 산재되어 있기 때문에 적정한 배분기준에 따라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질 때 시민혈세의 효용가치가 최고도로 올라갈 수 있다.
도시철도 건설의 필요성이 가장 제기되는 것은 도시교통의 혼잡성이다. 서울의 경우 매년 3000억~4000억 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지하철을 운영하고 있는데 , 이는 기존 자동차중심의 교통체제의 치명적 한계 때문이다. 매년 수천억 원 규모의 적자가 누적되지만, 서울에서 다른 대규모의 정시 운송수단이 없기 때문에 지하철의 계량할 수 없는 양(陽)의 가치가 매우 높아 도시철도가 운영되는 것이다. 서울의 1일 평균 지하철 이용자수는 지하철 1~4호선의 경우 304만 명, 지하철 5~8호선의 경우 177만 명으로, 총 481만 명의 시민들이 지하철을 매일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민의 50%가량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전의 사정은 어떠한가? 필자가 서울에 살다가 대전에 처음 내려와서 놀란 것은 출퇴근 시간 때의 대전교통상황이었다. 아무리 길이 막혀도 신호 2~3번이면 자동차가 교차로를 통과할 수 있었고, 혼잡구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광역시에 비해서 대전의 교통체계는 아주 잘 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1km건설에 수백억 원의 재원이 소요되는 도시철도를 만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염려된다. 건설재원도 문제되지만, 건설 후 지속될 적자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대전 도시철도 1호선의 경우 1일 평균 10만 명이 이용하여 년간 180억 원 내외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대전시민 150만의 고작 7%인 10만 명을 위해 시민의 혈세가 심각히 소요되는 것이다. 서울시민의 50%가 지하철을 이용하는 상황에서도 서울지하철은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대전도시철도 1호선의 선례를 보았을 때, 도시철도 2호선 추가건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대전의 교통기반과 인구수 등을 감안할 때, 도시철도 2호선을 건설하는 것은 역세권 주민들이나 건설업자들을 위해 비역세권 주민들이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돈을 내는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다.
도시철도가 녹색성장측면에서 비용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상당한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하철이 아닌 경전철로 건설한다고 해도 건설비용만 1㎞당 400억 원에 이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로 2010년 6월에 준공된 용인 경전철이나, 최근 준공예정인 부산김해 경전철의 경우도 수요예측을 잘못하여 운영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상당한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점을 보았을 때 오직 친환경이라는 모토만으로 경전철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여길 수는 없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나 마인츠와 같은 중소형 도시를 가보면 시내도로위에 홈을 파서 기차선로를 설치하고 그 선로위로 전철이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전이라는 지역적 특색과 친환경을 고려하고 설치비용이나 운영비용면을 생각해 볼 때에 이러한 전철이 대전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시철도의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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