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상전(上典)을 모셔야’ 하는 만큼,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가운데, 국회 역시 상임위원회별로 입장 차가 커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금융·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년 넘게 표류했던 한은법 개정안이 최근 저축은행 사태와 금융당국의 비호를 계기로 탄력을 받으면서 긴장하고 있다.
자칫, ‘두 명의 시어머니를 모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의 핵심은 한국은행의 ‘검사권’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은과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검사권한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금감원이 공동조사를 거부해도 한은은 제1, 2금융권과 보험업계에 자료 제출 요구 등 단독 조사권을 발동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금융·보험업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다.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의 한 직원은 “금융권이 반대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며 “개정안이 오래전에 사문화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역농협의 검사담당 직원도 “두 기관이 모두 검사에 나서면 피감기관 입장에선 누구한테 장단을 맞춰야 하는지,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한은의 단독조사권은 정부권력이 민간 금융시장에 개입해 영향을 줄 수 있는 관치금융의 폐해를 키울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물론, PF 부실 등을 불러온 허술한 관리와 ‘금융당국-저축은행 비리 커넥션’ 등이 심각한 만큼, 검사권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우리 측의 요구 사항을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한 상태”라며 “국회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조차 대립각을 세울 정도로 의견이 팽팽한 만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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