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원천연구분야 지원 강화… 과학강국 도약 이끌 것”

“기초·원천연구분야 지원 강화… 과학강국 도약 이끌 것”

'성실실패' 용인제도 도입, 창의적 연구활동 적극 지원 국민과의 소통·신뢰는 과학자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

  • 승인 2011-06-23 15:08
  • 신문게재 2011-06-24 9면
  • 오주영 기자오주영 기자
[기획대담] 한국연구재단 출범 2주년-오세정 이사장에 듣는다

“30여 년간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한국연구재단 오세정 이사장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고객님들께 드리는 7가지 약속'을 정하고 재단 내부 직원간의 소통과 신뢰뿐만 아니라 연구자, 국민과의 소통과 신뢰를 중요한 가치로 부각시키고 있다.
오 이사장은 모험연구 지원 확대, 성실실패(honorable failure) 용인 제도 시행 등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발굴·실현할 수 있는 창의적인 연구환경 조성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대학이 수행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학생연구원에게 지급되는 학생인건비를 연구관리 부서 연구책임자 단위로 통합하는 학생인건비 '폴링제 도입'도 그의 관심 제도이다. 오 이사장을 만나 연구재단 운영 전반에 대한 혁신 마인드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한국연구재단이 오는 26일 과학재단, 학술진흥재단 및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 등 3개 기관을 통합, 출범한지 2주년을 맞이한다. 3개 기관이 통합된 후 두드러진 성과가 있다면 무엇인가.

▲ 오세정 이사장
▲ 오세정 이사장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2009년 6월 26일 우리나라 모든 학문과 연구분야의 기초·원천연구를 지원하는 국가대표 연구지원관리 전문기관으로 출범했다. 우선, 각 학문분야의 권위 있는 연구자를 PM(Program Manager, 연구사업관리전문가)과 RB(Review Board, 비상근 전문위원)로 선임, 전문가에 의한 연구기획, 과제선정 및 지원관리를 통해 전문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선진형 PM제도'의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학문의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여 융복합 연구를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전자정보·융합과학단, 나노융합단, 문화융복합단 신설)구축, 융복합 분야 특화사업(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 학제간융합연구지원 등) 신설·확대하는 등 융복합 연구 활성화의 기반을 다졌다.

학술과 연구개발(R&D) 정책기획을 전담하는 부서(정책연구팀)를 설치, 기초·원천연구에 대한 기획기능을 강화했다. 우수한 연구성과를 효과적·체계적으로 창출, 발굴, 보호 및 확산할 수 있는 성과관리 시스템을 마련했다. '연구자가 감동하면 한국연구재단이 행복해집니다'라는 슬로건 하에 행정 위주의 연구관리에서 벗어나 연구자 중심의 연구지원 서비스 구현을 위해 다방면에 걸쳐 노력한 것은 연구지원 선진화를 이루려는 연구재단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통합이후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지만 내부 갈등에서 비롯된 여러 문제점이 표출돼 제1대 이사장이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아픔도 겪었다. 이사장이 갖춰야할 리더십과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여기나.

▲과학재단 32년, 학술진흥재단 28년,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 5년으로 이전 기관의 역사가 장구하고 상이했던 것만큼 각 기관의 제도와 직원들의 문화도 매우 다르다. 또한 연구재단에는 외부 전문가로 재단에 2년간 파견된 PM들이 각 학문분야의 연구기획, 선정평가 및 지원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재단 임직원들이 갖춰야 할 필수적인 덕목으로 '신뢰와 소통'을 말씀드리고 싶다.

'소통(疏通)'은 말 그대로 서로 뜻이 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임원과 직원, 직원과 직원, 원과 PM, PM과 PM 간의 상호 신뢰하고 뜻이 통하면 재단 내외부에 존재하는 어떠한 난제도 해결되지 않을 수 없다.

내 경험을 하나 소개하면,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교수 정년보장 심사에 외국연구자 평가제 도입을 주장했다. 처음에는 대다수 교수들이 완강히 반대하였지만, 1년 간 논리적인 설득 끝에 조직을 위한 대의명분을 따라야 한다는 사실에 모두 공감하고 지지했다.

지난 2월 미국 최고의 대통령으로 손꼽힌 로널드 레이건(1911~2004)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각계 전문가들이 '레이건 리더십'에 대해 다양한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이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한 레이건 리더십 최고의 덕목은 바로 '비전과 신념'이었다. 저는 이사장으로서 갖춰야 할 리더십에 '비전과 신념'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꼽았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을 추가하고 싶다. 또한 저는 무엇보다도 상호 신뢰하고 뜻이 통하는 연구재단 고유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과학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한국연구재단이 나가야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과학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한국연구재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기초·원천연구의 활성화다. 일반적으로 기초연구는 산업화, 응용화 결과가 창출되지 않는 '돈이 안 되는 연구'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스라엘 와이즈만(Weizman) 과학 연구소 등 세계적인 기초연구기관들은 기초연구성과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미국도 2007년 8월 미래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고위험 고수익 기초연구를 위한 정부 투자를 10년 안에 2배로 증액한다는 '미국 경쟁력 강화 법률(America COMPETE Act)'을 제정·발표하고, 기초과학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강화해오고 있다. 일본도 사업화 가능성이 전혀 없고 실험결과도 언제 나올지 모르는 도쿄대 고시바 마사토시 명예교수의 기초연구에 대한 끊임없는 지원으로 200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의 결실을 맺었다.

현재 우리 정부도 기초·원천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정부 R&D 예산 중 기초·원천연구비 투자 비중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따라서 연구재단도 기초·원천연구에 대한 지원을 크게 확대, 과학강국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일조하겠다.

-지난 2월 대덕특구기자단 간담회에서 이사장님께서는 지역사회 공헌 프로그램 등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이 수립되는지 알고 싶다.

▲한국연구재단이 대덕특구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대덕특구를 포함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지난 3월 '2011년도 사회공헌활동 추진 기본계획'을 수립, '이웃사랑-나눔경영'을 실천하는 공공기관의 모범이 되기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지난 13일 '연구재단 행복나눔 봉사단'을 창단, 전 임직원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유성구청과 대전적십자사 등 지역의 다양한 기관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 저소득층·소외계층 등 지역사회 불우이웃 돕기, 고아원, 요양원 및 장애시설 등 지역사회 복지시설 지원, 지역문화사업 지원 및 1사 1문화재 지킴이 운동 등 다양한 지역사회 복지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재단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지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운영,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공공기관의 모범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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