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문범 대전시설관리공단 이사장 |
지난 4월 말께 현대식 건축물과 시설물로 새롭게 단장한 시립 화장장 정수원이 재개장 60일을 맞이하면서 이곳을 찾는 시민들과 유족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가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한 터라 아침 7시에 개장해서 오전 일과 준비가 한창인 정수원을 찾았다.
오전 8시 30분부터 시작되는 화장 시간에 맞추어 장의차들은 정수원의 현관에 줄지어 늘어섰고, 안내 직원들은 유족들에게 앞으로 진행될 절차를 설명하고 있었다. 함께 오신 추모객들의 차량은 자원봉사하고 있는 명암마을 주민의 안내에 따라 질서 있게 주차하고 있었고, 정수원 직원의 안내 방송은 추모객들을 편안하게 넓어진 휴게실로 안내하고 있었다.
화장 시작 시간이 되자 장례지도사 자격을 갖춘 직원들이 운구 전동차를 작동하여 운구 준비를 마치고 고인이 모셔진 곳과 유족들을 향하여 정중하게 예를 갖춰 인사를 올린다.
순간 조용한 정적이 흐르면서 장례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운구가 진행되자 유족들의 마지막 오열이 터지고 모두들 숙연한 표정으로 바뀐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가까운 유족들은 관망실에서 고인을 모신 화구를 바라보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정수원 인근의 절에서 오신 스님이 마지막 고인의 명복을 비는 염불을 올린다. 새로이 깔끔하게 단장된 정수원의 분위기에 맞추어 정장을 갖추어 입고 질서 정연한 자세의 장례지도사가 고인들의 마지막 가시는 길목에서 아름답고 깨끗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보내드리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그 마음들이 유족들 모두의 가슴에 와 닿는다. 이런 정수원의 모습들이 주변에 둘러선 추모객들에게도 역시 마음의 위안을 주면서 새롭게 다가가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가공할 만한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장례 문화도 매장 문화에서 화장 문화로 커다란 변화를 보이고 있다. 2008년 말의 전국 평균 화장률은 62%를 넘어섰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러한 현상은 대도시에서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맞춰 화장로를 7개에서 10개로 증설하면서 현대식 건축물과 시설물로 개량하였고, 대기 배출기준도 더욱 강화하면서 검사 측정 횟수도 늘려 대기질 오염을 방지하는 장치들을 마련하였다.
이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과 마찰도 있었지만 꾸준한 대화와 설득으로 모든 시민들을 위한 증설 당위성을 이해시켰고, 이러한 혐오시설을 가까이 함으로써 받는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일부 주민들을 화장장을 운영하는 직접 당사자로 채용하여 실질적으로 운영에 참여하게 하면서 공동체로서의 상호 협력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시민들과 유족들에게 제공할 공공서비스의 바람직한 방향을 함께 모색하게 되었다.
정수원의 편의시설을 직접 운영하는 마을 사람들은 정수원의 직원들이 예전과는 달리 매우 친절하면서도 정중하게 시민들과 유족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열심히 칭찬하는 것이 더욱 보기 좋았다.
심지어 마을 어른들은 화장장에 취직되어 근무하는 젊은 사람들이 시민들과 유족들에게 명암마을의 명예를 생각하면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모범을 보이도록 독려하시는 모습을 보고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효과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화장장이 모두 기피하는 혐오시설이지만 이렇게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서 이용객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모습들은 이곳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화장장이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모습이었고, 이승에서 저승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느낄 수 있는 두려움도 선가(禪家)에서 말하는 회광반조(廻光返照)를 거울삼아 유족들의 아픔을 자신의 마음에 비추어 보고 정성스레 화장 절차를 이행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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