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고지 전투 총성은 멈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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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고지 전투 총성은 멈췄지만…

중공군 진지와 500m거리... 참혹했던 전투 생생 "민족의 비극 잊지 말아야" 노병의 소박한 바람

  • 승인 2011-06-22 18:09
  • 신문게재 2011-06-23 5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6.25 참전용사에 듣는다 - 박종우 예비역 하사]

▲ 6·25 당시 강원도 양구군 M-1고지 전투에 참가했던 박종우(85·육군 예비역 하사)옹이 자신의 군용수첩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 6·25 당시 강원도 양구군 M-1고지 전투에 참가했던 박종우(85·육군 예비역 하사)옹이 자신의 군용수첩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날이 밝을 때마다 고지에는 전우들의 시체가 산을 이뤘고 그들이 흘린 피는 강이 됐습니다. 외마디 비명에 죽어간 전우들은 지금 좋은 곳에 가 있는지….” 서천 출신으로 서구 갈마동에 사는 6·25 참전용사 박종우(85·육군 예비역 하사)옹.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전쟁의 기억을 다시 떠올라서였을까 노병(兵)은 말을 잇지 못한채 눈에 눈물이 고였다. 군번 9338356, 20사단 60연대 3대대 9중대 소속이었던 박옹은 휴전을 코앞에 두고 있던 1953년 6월 강원도 양구군 M-1고지에 있었다.

M-1고지는 능선의 고지가 M-1 소총을 옆으로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박옹은 “1952년 8월 서천군 면서기로 있다가 조국의 부름을 받고 입대했다”며 “제주도에서 기본교육을 받고 배를 타고 강원도 속초를 거쳐 M-1고지에 소총수로 배치됐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우리 고지와 중공군 진지와의 거리는 500m에 불과했는데 적은 낮에는 숨어 있다가 밤만 되면 요란한 연습사격 뒤 공격을 해 왔다”며 “고지 앞까지 기어와서 방망이 수류탄을 참호 속으로 던지면서 국군을 괴롭혔고 아군은 결사 항전했다”고 당시 전투 상황을 설명했다.

인터뷰 도중 전쟁의 참혹함이 떠올랐는지 노병의 목소리는 떨렸다.

박옹은 “아침이 되면 전우와 중공군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이를 수습할 겨를도 없이 한데 모아 화장했다”며 “아군과 적군 진지 사이에 흐르고 있던 냇물은 이들이 흘린 피로 핏빛으로 변했다”고 몸서리 쳤다. 그는 또 “고향에서 같이 자랐고 함께 입대해 싸우던 전우가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 것을 보며 한 없이 울었다”며 “왜 이 땅에 이러한 비극이 생겨야 했는지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느냐?”라며 울먹였다.

자고 나면 고지 주인이 바뀔 정도로 치열했던 M-1고지 전투 끝에 박옹이 속한 20사단은 중공군을 격퇴했다. 그 공로로 박옹은 1953년 6월 25일 화랑 무공훈장을 받았고 1957년 1월 20일 6년간 군 생활을 마치고 군복을 벗었다.

박옹은 이로부터 50여 년이 흐른 지난 22일에도 보병 32사단이 주관한 참전용사 훈장 수여식에서 같은 품격의 훈장을 전수받아 위국헌신의 정신을 인정받았다.

M-1고지 전투의 산증인인 노병의 바람은 소박하다. 6·25 교훈을 전후세대들이 잊지 않는 것이다. 그는 “지금이라도 조국이 나를 부르면 언제든지 준비가 돼 있다”며 “평화는 스스로를 지키려하고 지킬 수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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