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나들이 나서는 다문화가정 주인공들의 잔잔한 사연

  • 경제/과학
  • 금융/증권

친정나들이 나서는 다문화가정 주인공들의 잔잔한 사연

시부모 수발, 농사, 경제 형편 어렵지만 꿋꿋한 결혼이주민 충남농협, 다문화가정 82명에게 항공권과 체재비 지원

  • 승인 2011-06-22 17:16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대였던 필리핀인 알프레다멘도자(43) 씨가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 첫발을 디딘 지.
그것도 애틋한 연애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남편 박천호 씨를 만나 결혼한 지 15년째에 접어들었다. 부모님이 계신 고국 땅을 밟아본 것 역시 14년이 흘렀다.
남편과 함께, 전답(田畓)을 임대해 하우스(오이)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3년전 폭우로 그동안 쏟은 정성은 물거품 됐고, 지금은 소작으로 하우스에 고추와 고구마 등을 심어 생활하고 있다.
그럼에도, 80세가 넘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14년만에 친정나들이라는 행운이 다가온 것도 그가 감내해온 고통에 대한 보답이다.
알프레다멘도자(43) 씨는 “하늘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알프레다멘도자 씨를 포함해 20명의 ‘한국인 며느리’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친정나들이에 나선다.

부모와 형제의 한없는 눈물 속에서 고국을 떠났던 ‘어린 신부’였지만, 어느덧 며느리와 아내, 아이의 엄마가 되어 다시 고향 땅을 밟는 것이다.

태국 출신인 와루니 타차이 씨는 청각장애와 뇌경색 후유증을 앓는 시아버지를 보살핀 지 10년이 넘었다. 결혼 후 단 한 번도 친정에 갈 수 없었다.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매년 열리는 한산모시 축제에서, 그는 태국의 춤과 의상을 소개하는 자원봉사를 통해 향수를 달래고 있다.

‘베트남 아줌마’인 응우엔티지엠 씨의 올해 꿈은 남편의 빚 청산이란다. 낮에는 남편(김승일)을 도와 시설하우스에서 오이와 딸기를 재배하고, 저녁에는 식당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다.

중국에서 온 박연 씨는 다문화가정 사이에서는 민원 처리반장으로 통한다. 이주여성의 불편들을 행정·의료기관에 적극 건의하기 때문이다.

천안 입장에서 남편, 두 자녀와 사는 토치 다네스(캄보디아) 씨, 결혼 5년차 ‘다빈이, 다정이’ 엄마인 베트남 출신 김경 씨, 연기군에서 남편과 3형제, 시부모 등과 함께 사는 유진(베트남) 씨도 친정나들이의 주인공이다.

쌍둥이 자매가 함께 당진으로 시집온 김화춘(중국) 씨, 4자녀 모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보지 못한 가나이 요우꼬(일본) 씨도 함께 간다.

서산의 레취 파타나(필리핀), 공주 라이보츠리(캄보디아), 부여 뉀티티·보령 리티투번(베트남), 홍성 장홍매·아산 김일·이재옥(중국) 씨 등도 마찬가지다.

9월 출산을 앞둔 공주의 라디온 에스 트렐리타(필리핀) 씨는 “이런 기회를 줘서 너무 고맙다. 태어나는 아이와 함께 가족을 만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국적 취득과 결혼기간, 자녀 수, 봉양가족 수, 모국방문 횟수, 가정생활 형편, 지역사회 기여도 등 엄격한 기준에 의해 선택받은 이들이다.

이들의 나들이에는 ‘죄 많은’ 남편과 자녀도 동행한다.
중국이 7가정(27명), 베트남 6가정(24명), 필리핀 3가정 (12명), 캄보디아 3가정(12명), 태국 1가정(4명), 일본 1가정(3명) 등 모두 21가정 82명이다.

농협이 도왔다.
농협 충남지역본부는 22일 이들에게 왕복항공권과 체재비를 전달했다. 그동안 농협문화복지재단 후원으로, 지난 2007년부터 90가정(362명)의 모국 방문을 지원했다.

임승한 본부장은 “다문화가족을 빼고 농업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이들은 우리의 소중한 가족”이라며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1.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4.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5.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시와 국가보훈부가 업무협약을 통해 호국보훈파크 조성에 본격 나선다. 양 기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 보훈터에서 보훈복합문화관 조성과 보훈문화 확산이라는 공동의 비전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요 협약 내용으로 대전시는 보훈복합문화관 부지 조성, 지방비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국가보훈부는 보훈복합문화관 조성 국비와 보훈문화 콘텐츠 등을 지원해 보훈의 가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협약..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10월 상담은 5만 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4만 4272건보다 13.6% 늘어난 수치다. 이중 소비자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전기매트류로, 9월 22건에서 10월 202건으로 무려 818.2%나 급증했다. 올해 겨울이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겨울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전기매트류를..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가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이례적 극찾을 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진짜 확 달라진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논평을 내고 2024년 행감 중간평가를 했다. 노조는 논평을 통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도민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며 과거 과도한 자료 요구와 감사 목적 이외 불필요한 자료 요구,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고압적인 자세 등 구태와 관행을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충남노조는 "사실 제12대 도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