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애틋한 연애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남편 박천호 씨를 만나 결혼한 지 15년째에 접어들었다. 부모님이 계신 고국 땅을 밟아본 것 역시 14년이 흘렀다.
남편과 함께, 전답(田畓)을 임대해 하우스(오이)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3년전 폭우로 그동안 쏟은 정성은 물거품 됐고, 지금은 소작으로 하우스에 고추와 고구마 등을 심어 생활하고 있다.
그럼에도, 80세가 넘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14년만에 친정나들이라는 행운이 다가온 것도 그가 감내해온 고통에 대한 보답이다.
알프레다멘도자(43) 씨는 “하늘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알프레다멘도자 씨를 포함해 20명의 ‘한국인 며느리’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친정나들이에 나선다.
부모와 형제의 한없는 눈물 속에서 고국을 떠났던 ‘어린 신부’였지만, 어느덧 며느리와 아내, 아이의 엄마가 되어 다시 고향 땅을 밟는 것이다.
태국 출신인 와루니 타차이 씨는 청각장애와 뇌경색 후유증을 앓는 시아버지를 보살핀 지 10년이 넘었다. 결혼 후 단 한 번도 친정에 갈 수 없었다.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매년 열리는 한산모시 축제에서, 그는 태국의 춤과 의상을 소개하는 자원봉사를 통해 향수를 달래고 있다.
‘베트남 아줌마’인 응우엔티지엠 씨의 올해 꿈은 남편의 빚 청산이란다. 낮에는 남편(김승일)을 도와 시설하우스에서 오이와 딸기를 재배하고, 저녁에는 식당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다.
중국에서 온 박연 씨는 다문화가정 사이에서는 민원 처리반장으로 통한다. 이주여성의 불편들을 행정·의료기관에 적극 건의하기 때문이다.
천안 입장에서 남편, 두 자녀와 사는 토치 다네스(캄보디아) 씨, 결혼 5년차 ‘다빈이, 다정이’ 엄마인 베트남 출신 김경 씨, 연기군에서 남편과 3형제, 시부모 등과 함께 사는 유진(베트남) 씨도 친정나들이의 주인공이다.
쌍둥이 자매가 함께 당진으로 시집온 김화춘(중국) 씨, 4자녀 모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보지 못한 가나이 요우꼬(일본) 씨도 함께 간다.
서산의 레취 파타나(필리핀), 공주 라이보츠리(캄보디아), 부여 뉀티티·보령 리티투번(베트남), 홍성 장홍매·아산 김일·이재옥(중국) 씨 등도 마찬가지다.
9월 출산을 앞둔 공주의 라디온 에스 트렐리타(필리핀) 씨는 “이런 기회를 줘서 너무 고맙다. 태어나는 아이와 함께 가족을 만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국적 취득과 결혼기간, 자녀 수, 봉양가족 수, 모국방문 횟수, 가정생활 형편, 지역사회 기여도 등 엄격한 기준에 의해 선택받은 이들이다.
이들의 나들이에는 ‘죄 많은’ 남편과 자녀도 동행한다.
중국이 7가정(27명), 베트남 6가정(24명), 필리핀 3가정 (12명), 캄보디아 3가정(12명), 태국 1가정(4명), 일본 1가정(3명) 등 모두 21가정 82명이다.
농협이 도왔다.
농협 충남지역본부는 22일 이들에게 왕복항공권과 체재비를 전달했다. 그동안 농협문화복지재단 후원으로, 지난 2007년부터 90가정(362명)의 모국 방문을 지원했다.
임승한 본부장은 “다문화가족을 빼고 농업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이들은 우리의 소중한 가족”이라며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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