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상)예타 신청 미뤄야 하나
(중)주민갈등 슬기롭게 풀자
(하)균형발전 정책으로 이어져야
대전 도시철도 2호선 유치를 둘러싸고 주민갈등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시민공청회에서 대덕구민과 타 자치구민 간에 마찰을 빚는가 싶더니 이젠 '내 집 앞 노선 경유'를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거나 플래카드를 내걸며 자신들의 주장 표출에 혈안이다.
하지만 이같은 노선유치 경쟁이 주민갈등을 넘어 극심한 '소지역 이기주의'로 치달을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을 포함한 장기적인 도시교통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주민들은 당장의 이익 관철보다는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갈등양상을 빚는 도시철도 2호선 노선을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민갈등 '확산일로'=도시철도 2호선을 둘러싼 주민갈등은 지난 3일 열린 시민공청회에서 그대로 불거져 나왔다.
시가 도시철도 기본계획 변경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던 시민공청회에서 대덕구는 7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주민들을 동원, 일방적인 목소리를 냈다. 대덕구민들은 '도시철도 소외론'을 주장하면서 노선 재검토를 촉구했다. 단상을 점거하고 고성을 지르는가 하면 정상적인 진행을 막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덕구민과 타지역 구민 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주민갈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시민공청회 이후 2호선 유치경쟁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대덕발전구민위원회가 지난 3일 주민 11만명의 서명을 받아 시에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9일에는 유성 전민·구즉·관평동 주민의 '유성 도시철도 유치추진위원회'가 서명서를 전달했다. 지난 15일에는 서구 둔산동 주민들로 구성된 '도시철도 2호선 계획변경안 관철 추진협의회'가 주민 1만명 날인이 담긴 서명서를 시에 제출했다.
이외에도 자극적인 내용이 실린 플래카드도 각 동마다 수백 장씩 내걸리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전달 수단으로 이용되는 서명운동과 플래카드가 자신들의 생각을 지나치게 드러내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 생각은=2호선 노선 유치경쟁이 주민갈등으로 번진 데는 지역이기주의도 있으나 대전시의 충분한 사전 설명과 의견수렴 부족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을 위해 시의회 차원에서 특위 구성 및 전문가 토론을 통해 갈등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주민들이 소지역 이기주의를 자제해야 하지만, 시가 장기적인 도시교통 비전을 제시할 필요성도 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을 추진하면서 노선이 변경됐는데 충분한 정보공개가 부족해 혼선이 있었다”며 “주민들의 집단행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선 안되고 시에선 장기적인 도시교통 비전과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도 “2호선 뿐만 아니라 앞으로 50년, 100년을 내다볼 수 있는 도시교통체계를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면서 “대전 전체를 생각하는 시민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시장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기 대전발전연구원장은 “노선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수요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교통 소외지역을 배려해야 하지만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도시철도 2호선을 6년 가까이 끌어온 만큼 예타 통과를 목적으로 도전하고 갈등 문제는 이후에 논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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