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앨런 홉슨은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이다. 1988년에는 수면연구학회로부터 '올해의 과학자상'을 받았다. 저서로 『꿈꾸는 뇌』, 『잠』, 『의식』, 『정신착란으로서의 꿈』, 『마음 밖으로』 등이 있다.
▲ 꿈 |
우리는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과 같이 미래에 희망사항을 꿈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잠을 잘 때 꾸는 꿈에는 뭔가 상징적인 내용이 숨어 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꿈으로 미래를 알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는 없다. 꿈의 예언적 힘을 믿는 사람들은 실제로 맞아떨어진 꿈 한두 개는 기억하지만 현실과 무관한 다른 꿈들은 잊어버리기 때문에 마치 꿈이 예언적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누구나 잠을 잘 때는 꿈을 꾼다. 다만 어떤 꿈은 기억되지 않을 뿐이다. 잠자는 동안에는 뇌의 기억 메커니즘이 기능을 멈추기 때문에 깨어날 때 언저리의 내용들만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이다. 꿈은 컬러로 꾼다고 한다. 꿈속에서 특별히 강렬한 색깔을 경험하지 않으면 대부분 꿈이 흑백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색깔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꿈이 흑백인 것은 아니다.
동물들도 언어나 상징적 사고는 갖고 있지 않지만, 지각, 기억,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되기 때문에 꿈을 꿀 수 있는 조건은 갖추고 있다. 고양이나 개가 잠자는 동안에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꿈을 꾸고 있다고 추정할 만하다. 다만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니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아이들은 언어와 명제적 사고를 습득하는 시기인 대략 3세부터 내용이 있는 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아이들의 꿈은 점점 더 복잡해져 약 7세가 되면 어른들의 꿈과 비슷한 형식적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꿈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내용의 상징적 의미에만 매달리지 말고 꿈의 형식을 봐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꿈을 꿀 때 감각기관과 기억영역에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비교하고 예측하고 판단하는 일을 하는 배외측 전전두엽에 있는 작업기억과 주의집중영역이 비활성화 된다. 이로 인해 반성적인 사고가 결핍되어, 꿈에서는 시공간이 마구 뒤섞여 있거나 일관성 없이 나열되어 있고, 비논리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또한 뇌의 운동영역의 출력이 척수를 통해 전달되어야 하는데 잠을 자기 위해 이러한 운동기능도 억제된다.
꿈은 체온조절 기능도 있고 기억을 정리하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꿈을 꾸는 동안에는 모든 감각기관으로부터의 정보가 차단된다. 그러나 내부지각력은 활성화되기 때문에 꿈에서 경험하는 감정과 감각은 강렬하게 느껴진다. 본래 의도가 숨겨지고 위장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서 꿈은 몸과 마음의 상태를 정직하게 알려주는 생물학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꿈은 진화과정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었다. 이제 꿈의 상징성이나 미래예측능력은 재미 정도로만 생각하고 꿈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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