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와 밀은 밭곡식이지만 논에다가도 심는데 이모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곡물이다. 초여름쯤에 보리와 밀을 수확하고 나면 밭에는 콩을 심고 논에는 늦은 모내기를 한다. 이를 일컬어 늦모라고도 한다. 초여름 한참 더위가 시작되려고 할 때 하는 보리와 밀 수확은 보리와 밀알 만큼이나 농부들의 구슬땀의 결정체이다. 밀은 그런대로 수확하여 타작을 할만하지만 보리는 밀과 달리 까실까실한 꺼끄러기들이 많아서 다루기가 힘들다. 무더위 초여름 땀에 절은 몸에 보리 꺼끄러기가 하나라도 들기라도 하면 온몸이 따끔따끔하여 그것만큼 난감한 일도 없다. 또한 큰 비가 오기전에 빨리 수확을 하고 콩이나 늦모 등을 심어 이모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촌각을 다투게 되어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갈무리를 하게 된다. 지금은 기계가 있어 현장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보리베기와 같은 어려움이나 그속에 담긴 낭만도 찾아보기 힘들다. 보리나 밀을 베면서 개구리 뒷다리를 보릿짚에 구워먹던 일, 보리나 밀짚으로 호드기도 만들어 삐리리리~ 불며 흥겨워 했던일, 여치집을 만들던 일 등은 이제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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