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하나에도 경건함이… 사도들의 숨결 오롯한 '성서의 땅'

돌 하나에도 경건함이… 사도들의 숨결 오롯한 '성서의 땅'

발칸반도 최남단 2200개 섬들의 나라, 황금빛 로뎀나무 거리곳곳 관광객 반겨 옛 그리스인의 삶 녹아있는 광활한 대지, 바오로가 걸었을 믿음의 고행 보이는듯…

  • 승인 2011-06-20 14:24
  • 신문게재 2011-06-21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한성일기자의 성지순례 탐방기- 그리스와 터키를 가다] 2. 그리스 아테네편

▲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은 세계각국의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은 세계각국의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성지순례 첫날 터키의 이스탄불 공항에서 터키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한시간 반 정도를 날아가 그리스의 엘페니스 공항에 도착했다.
수상내각제인 그리스는 전체적으로 새우가 웅크린 모양을 하고 있고 로마 제국 내에 속해 있었다. 그리스 동쪽은 터키, 북쪽은 이탈리아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는 로마에서는 '미네르바'로 불린다. 아테네에는 1100만 그리스 인구의 35%인 35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발칸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그리스는 2200개 섬들로 이뤄져 지중해의 항공모로 불린다. 이탈리아의 로마, 터키의 이스탄불, 그리스의 아테네와 코린토의 공통점은 모두 7개의 언덕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 그리스의 올리브 이야기=아테네는 평야가 없고 다 들판이다. 온통 그리스의 국목인 올리브나무 천국이고 수공업과 직물 산업이 유명하다. 올리브는 전 지중해 국가에서 다 재배하지만 그중 이탈리아가 올리브 양은 제일 많고, 올리브의 질은 그리스가 최고라고 알려져 있다. 성경에 나오는 가시나무, 올리브나무, 무화과 나무, 포도나무 중 가장 아름다운 나무는 올리브나무를 꼽는다.

올리브 기름은 상처 소독에 주로 쓰인다. 올리브 나무를 심으면 6~7년 후 열매를 맺는데 올리브 나무는 생명력이 강해 비가 적은 곳, 메마른 곳에서 잘 자란다. 지중해에 많고 암수가 같이 있는 나무다. 암수가 동일하기 때문에 잎을 따도 식별할 수가 없다. 잎새 부지에서 새싹이 나면 올리브꽃이 핀다. 올리브 나무는 은빛으로 빛나는 기쁨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11월부터 올리브 꽃이 피고 1, 2월에 열매를 수확한다. '매로 때려서 자식교육을 시키라'는 말처럼 올리브 나무는 자식에 비유되기도 한다.

올리브를 수확하면 농부는 올리브나무의 가지치기 작업을 벌인다. 가지치기를 안 하면 다음해에 수확량이 적고 제멋대로 자라기 때문이다. 올리브 열매는 처음에는 파랗다가 익으면서 대추색, 빨간색, 자주색, 검은색으로 변하며 쭈글쭈글해진다. 올리브 최고산은 스파르타 근처에서 나는 아몬드처럼 생긴 마티니 칵테일, 마티니 진을 꼽는다.

올리브 색깔이 파랗다가 불그스름하게 변할 때 가장 좋은 올리브 기름을 채취할 수 있다. 올리브 씨가 들어간 엑스트라 오일이 가장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올리브는 피클과 화장품 등에 사용되기도 한다. 불에 데었을 때에도 얼른 올리브를 대주면 흉터가 안생긴다. 성게 가시에 찔렸을때도 올리브 기름을 발라놓고 있으면 가시를 밖으로 밀어낸다. 찰과상을 입었을때도 올리브 기름을 발라주면 좋다. 올리브 나무는 심는 간격이 중요하다. 2m에서 3m 간격으로 떨어뜨려 심어야 한다.

▲ 그리스의 생활양식 이모저모=고대 그리스에서는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 콩이었다. 팔레스타인과 지중해 지방은 콩을 가장 많이 먹는다. 헬라인은 지혜를 구하기 때문에 아테네 여신을 수호신으로 모시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국립묘지를 '기미뜨리우'라고 하는데 잠자는 장소를 뜻한다. 그리스는 부활을 중시하기 때문에 화장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고 생각한다.

아테네는 도시위에 도시가 얹혀져 있는 듯한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적들의 침입이 어려워 페르시아 전쟁 때 유리했다. 아크로폴리스에서 '아크로'는 '꼭대기', '끄트머리', '탑'이라는 뜻이다. 폴리스인 도시는 보호해주고 수호해주는 신이 있는 곳이다.

폴리스는 '도시지킴이 경찰'을 의미하기도 한다. 높은 곳에 있는 도시인 아크로폴리스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1호인 파르테논신전을 높이 바라보도록 했다.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은 엔타시스 방식으로 지어졌는데 이는 가운데가 불룩하게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반듯하게 보이는 건축 양식이다. 파르테논 신전에서는 4년마다 제사를 지낸다. 이때 당시 스토아학파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신전은 제사를 지내는 곳이지만 신 자체이기도 하다.

아테네의 근대 올림픽 경기장을 보면 로마식과 그리스식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로마식은 연극이나 연주를 올려다보는 것이 특징이고, 희랍식은 스타디움에 앉아서 밑을 내려다보는 게 특징이다.

그리스는 차를 타고 달리다가 생리적인 문제 해결이 급해 산속에서 노상방뇨를 하고 오는 행위를 희화적이고 아름다운 언어 표현을 써서 '꽃 따갖고 온다'고 말한다.

▲ 사도 바오로의 전도 여행=유대교의 인재였던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을 박해하다가 하느님의 시야에 들어 회개하고 주님 복음 선포의 선두 주자로 활동하며 일생을 주님의 복음 말씀을 전하는데 전 생애를 바친 인물이다. 주님의 인도로 바오로는 3차례에 걸쳐 전도여행을 떠났는데 그 거리가 실로 엄청나다.

성지순례자들은 보통 비행기나 버스, 배로 성지를 찾아 이동하지만 바오로는 그 넓고 광활한 대륙을 전부 도보로 다녔다는 게 경이롭기까지 하다. 바오로가 전도 여행을 3차까지 모두 혼자 해냈다는 것은 하느님이 함께 하시기에 가능했다. 성령의 힘과 능력을 받은 것이다. 하느님이 그를 움직이시고, 사랑이 있을 때, 또 소명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바오로는 힘든 전도여행도 신나고 재미있게 하면서 주님의 복음전도사 역할을 했다. 하느님께서 바오로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도록 섭리해 주셨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코린토는 상업지역으로 흥행하던 곳이었는데 바오로는 이 곳에서 주님의 복음 말씀을 선포하며 돈과 권력과 사랑의 암투로 시끄러운 코린토 사람들에게 '너희들끼리 싸우면 안된다'고 달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나나 무스쿠리와 로뎀나무 이야기=버스를 타고 달리는 도중 차에서 흘러나오는 귀에 익은 노래 소리에 반가워 귀를 쫑긋 세웠다. 그리스 출신 가수로 '신이 내린 목소리'로 불리며 80이 가까운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그리스의 국보' 나나 무스쿠리의 목소리였다. 그녀의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로 그리스에서 듣는 'Only love', 'Try to remember', 'Amazing grace'는 그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이던지. 어쩌면 그렇게도 그리스의 자연과 그녀의 목소리는 꼭 닮았을까 생각했다. 그리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가로수들이 마치 유채꽃처럼 노란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고 피어있는 모습이었다.

그리스에 와서 처음 본 이 나무 이름은 바로 로뎀나무였다. 온 산과 들을 뒤덮은 로뎀나무의 황금물결을 보는 순간 눈을 뗄레야 뗄 수가 없었다. 한창 절정기를 맞은 로뎀나무가 온 천지를 황금빛깔로 물들이며 순례객들을 반겨주는 모습에 어찌나 황홀하고 행복하던지. 성지순례에 나선 순례객들에게 주님이 주신 축복이 아닐까 싶었다. 노란 물감을 다 풀어놔도 그렇게 황금빛 찬란한 로뎀 나무를 따라가지는 못할 것이다.

로뎀 나무는 옛날 고대 로마시대에 밧줄을 만드는데 쓰던 질긴 나무다. 나무껍질을 벗기고 박달나무 종이로 불씨를 만들면 아침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나무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로뎀나무는 엘리야 선지자가 엄청난 영적 전투에서 승리한 후 오히려 적들에게 쫓겨 삶의 소망도 잃은 채 죽기만을 바랐던 절망의 장소였다. 그러나 그 장소는 하느님의 축복과 은혜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절망에서 소망으로 그의 삶을 변화시킨 놀라운 축복의 장소가 됐다.

구약성경 '열왕기상'19장 4~5절에 따르면 호렙산(山)으로 가는 도중 엘리야가 이 나무 아래서 쉬었다. '스스로 광야로 들어가 하룻길쯤 행하고 한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죽기를 구하여 가로되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취하옵소서 나는 내 열조보다 낫지 못하나이다 하고 로뎀나무 아래 누워 자더니 천사가 어루만지며 이르되 일어나서 먹으라 하는지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황량하고 메마른 곳에서 자라는 로뎀나무는 5월초부터 6월 중순까지 꽃을 볼 수 있다. 이번 성지순례에서 그리스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 것은 바로 올리브나무와 올리브 열매, 체리, 사과, 그리고 로뎀나무다.

/그리스 아테네=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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